동물실험 유효한가…사람잡은 가습기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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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유아와 임산부 등 143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검찰 수사 핵심이 살균제의 유해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맞춰지고 있다.

검찰·제조사, 살균제 유해성 공방

 검찰은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2011년 9월 진행한 동물 대상 실험을 유해성의 근거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살균제 제조·판매업체들은 이 연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사망자 중 70%가 사용한 제품을 만든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는 질본의 연구 결과를 깰 자체 실험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환경보건·독성학 전문가 등 10여 명의 자문을 거쳐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이란 논리를 보강할 계획이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쥐 대상 실험선 폐 손상 확인”=2011년 질본의 동물실험은 쥐를 이용했다. 쥐를 4개 집단 으로 나눈 뒤 3개 집단은 각각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나머지 한 개 집단은 증류수를 마시도록 했다. 하루 6시간씩 흡입하고 한 달 뒤 부검한 결과 살균제 흡입 집단의 쥐에게서 사망한 산모들에게 나타났던 ‘폐섬유화’ 증상이 확인됐다.

질본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에 쓰이는 두 가지 성분(PHMG·PGH)이 폐 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살균제 판매·제조사 측은 “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과 연결시키기는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공기 중 살균제 입자의 농도는=옥시 측은 최근 공기 중 살균제 입자의 농도 측정, 경구(經口) 흡입 독성실험 등 다양한 자체 실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중 공기 중 농도는 피해자들이 마신 유해물질의 양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질본은 관련 실험에서 실제 환자들의 이용 행태 등을 감안한 분량의 살균제를 썼다. 이에 대해 옥시 측은 “살균제 입자의 공기중 농도를 고려하면 과도한 분량을 썼다”는 입장이다.

 ◆살균제 원료 유해성 사전에 알았나=검찰은 제조업체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해 살균제 원료(PHMG)의 제조사인 SK케미칼이 2003년 작성한 유해성보고서(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확보했다.

이 문서엔 “PHMG는 경구 계통으로 흡수됐을 경우 유해하다”고 적혀 있다. SK케미칼이 이 보고서를 옥시 측에 전달했고 옥시도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면 범죄의 고의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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