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기차 37만 대 목표…범죄·사고·공해 없는 ‘삼무도’ 옵서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기사 이미지

지난해 가을 열린 ‘제주올레 걷기 축제’ 참가자들이 풍력발전기 옆을 지나가고 있다. [중앙포토·뉴시스]

돌·바람·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로 불려온 제주도가 세계인들의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신(新) 삼다(多)’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제주를 찾는 내·외국인이 급증하면서 범죄·안전사고·공해가 매력도시 제주도를 위협하고 있다.

제주를 글로벌 명품 섬으로 <하> 신(新) 3무 섬 만들자

 지난달 12일 제주도가 발칵 뒤집힌 사건이 발생했다. 전세기를 타고 온 베트남 관광객 59명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 중 33명을 찾아 강제로 출국시켰으나 나머지 26명은 아직까지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에서 사라진 외국인들은 30일간 비자(사증)를 면제해주는 무사증 제도를 악용해 국내에 들어왔다. 무사증 제도는 제주도가 2002년 5월 외국인 유치를 위해 국내에서 처음 도입했으나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통로가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체류기간 30일을 넘긴 외국인은 2011년 282명에서 2015년 4353명으로 4년 새 1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서울에서 이주해온 박현아(51·여·서귀포시)씨는 “외국인 수십 명이 한꺼번에 잠적했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하와이처럼 제주를 범죄 없는 안전한 명품 휴양지로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태민 제주도의회 의원은 “지난해에만 무비자로 제주를 찾은 외국인이 62만9724명이었는데 입국심사 과정에서부터 불법취업 의심자를 걸러내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주도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범죄와 안전사고, 환경 파괴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원래 제주도는 도둑·거지·대문이 없어 삼무도(三無島)로도 불렸다”며 “세계적인 명품 섬 조성을 위해 범죄와 사고·공해 등 세 가지가 없는 ‘신 삼무도’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매년 급증하는 범죄 문제는 제주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찰청의 ‘2014 범죄통계’에 따르면 제주도 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5378.7건이었다. ‘조용한 휴양지’라는 인식과 달리 전국 시·도 중 범죄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5 사법연감’에서도 제주도의 인구 1000명당 성범죄 발생 건수는 전국 최고인 0.35명에 이른다. 해마다 늘어나는 이주민과 연간 13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로 인해 치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제주의 경우 다른 지방경찰청과 달리 외사과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자치경찰단이 2006년 7월 출범했으나 날로 흉포해지는 범죄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제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이 담당한 제주 지역의 사건은 2012년 2만3409건에서 2013년 2만7198건, 2014년 2만8967건, 2015년 3만3578건으로 3년 새 43%나 급증했다.

 안전사고도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제주도는 최근 3~4년간 승용차와 렌터카가 급증한 탓에 교통사고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제주에서는 452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2014년(4355건)보다 3.9% 증가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 수도 2014년 6464명에서 지난해엔 6872명으로 6.3% 늘었다.

같은 기간 제주에선 수난 사고로 168명이 119대원들에 의해 구조되거나 213명은 승강기 사고를 당할 정도로 안전사고가 속출했다.

 환경 파괴와 난개발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주도에 투기 바람이 불면서 땅값이 폭등했다. 잊고 살던 조상 땅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급증할 정도로 부동산 가치가 높아졌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3146명이 3584필지(292만4631㎡)의 조상 땅을 확인했다. 2014년 903명이 153만8928㎡의 조상 땅을 찾은 것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투기꾼들로 인한 난개발을 막기 위해 제주도는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 대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동산 투기 대책본부를 설치해 부동산 투기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28일 부임한 이재열 제주지방경찰청장도 취임 일성으로 “부동산 투기 세력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검찰과 경찰·세무서·자치경찰 등과 함께 구성한 ‘부동산 투기사범 대책협의체’를 통해 기획부동산과 불법 부동산 중개, 불법 개발행위 등을 단속 중이다.

기사 이미지

제주도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전기차 보급도 확대하고 있다. 구좌읍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 [중앙포토·뉴시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청정 섬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내·외국인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제주도를 무공해 산업에 기반한 명품 섬으로 가꿔가기 위해서다.

문원일 제주도 경제산업국장은 “바람 많고 태양이 작열하는 제주는 풍력과 태양광의 원천”이라며 “2030년까지 제주가 사용하는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관련 기사
① “사람·자연 모두 살기 좋으면 부호 몰려올 것”
② 외지인들이 바꾼 선거철 ‘궨당 문화’
③ 이효리집 동네 애월읍 땅 경매…감정가보다 7배 비싸게 낙찰



무공해 섬 구축을 위해 제주도는 지난해 말 현재 2366대를 보유 중인 전기차를 2030년까지 37만7000대까지 확대키로 했다. 제주를 친환경 명품 섬으로 만들기 위한 ‘카본 프리 아일랜드(무탄소섬)’ 계획의 일환이다.

중장기적으론 제주도 전체를 전기차만 다니는 섬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전기차 보급의 핵심인 충전소를 현재 32곳에서 1만5000곳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열기도 뜨겁다. 제주도는 현재 216㎿(메가와트)인 풍력발전소를 2.35GW(기가와트) 수준까지 늘릴 방침이다. 태양광은 34㎿까지 확대해 나간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kh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