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까지 초등생 딸 공부시킨 아내, 이혼 사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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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 대한 지나친 교육열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법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친 교육열로 부부 사이 갈등
법원, 남편을 친권·양육자로 지정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김태우 판사는 회사원 A씨(44)가 초등학교 교사인 부인 B씨(42)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양육자 지정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한다. 남편 A씨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한다”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B씨는 2012년 딸(11)을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시켰다. 입학 전에도 A씨는 지인들로부터 “엄마의 교육열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주말부부 생활을 한 탓에 아내의 양육방식을 잘 알지 못했다. 갈등은 함께 살게 된 2011년 이후 커졌다.

 B씨는 아이가 울거나 남편이 말리는데도 새벽 3~4시까지 안 재우고 공부시키는 날이 많았다. 밤 12시면 일찍 자는 날이었다. “돌대가리냐” 등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을 자주 했다.

아이는 정규 수업과 방과 후 학습을 끝내고 오면 학습지 과외와 피아노·수영·태권도 강습을 받아야 했다. 아이는 수면 부족으로 힘들어했다. 만류하는 남편에게 B씨는 욕을 하거나 “학력이 낮다” 등의 A씨 가족을 경멸하는 말도 했다.

 소송 과정에서 B씨는 “경쟁사회에서 딸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은 부모의 의무”라며 “교육관의 차이를 이유로 이혼할 순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김 판사는 “아이가 엄마의 과도한 교육열로 상당히 힘들어하는데도 두 사람의 양육 및 교육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빠를 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딸의 성장을 위해 적절하다”고 소송을 매듭지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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