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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총 회장은 내 최종 프로젝트…국민에 다가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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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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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18일 “회원들 사기 진작에 힘써 ‘우리 아이도 과학기술을 전공하면 좋겠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된 김명자(72) 전 환경부 장관은 18일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과 함께하고 신뢰받는 ‘따뜻한 과총’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과총 차기회장 후보 김명자 전 장관
5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
스킨십 대신 e메일로 선거운동
“과학기술 통해 시대 요구에 부응”

그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적 지지는 과학기술이 먹고사는 자양분”이라며 “양극화 해소 등 시대가 요구하는 공익적 연구를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 고령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책 전문성을 강화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과총을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966년 출범한 과총은 국내외 500만 과학기술인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이다. 회원 40만 명인 800여 학술단체와 공공·민간 연구단체, 12개 시·도연합회, 해외 17개국 한인과학기술인단체 등이 두루 가입해 있다.

과총 50년 역사상 여성 수장은 김 전 장관이 처음이다. 그는 1년간 차기 회장으로서 과총 총회와 이사회 등에 참석한 뒤 내년 3월부터 3년간 과총을 이끌게 된다. 과총은 임기 개시 1년 전에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과총 이사회에서 유효투표 83표 중 무려 60표를 얻었다. 그는 “45년간 학계·행정부·입법부·비정부기구(NGO) 등을 경험한 것을 토대로 제 커리어의 최종 프로젝트로 여기고 회장직에 도전했는데 이를 높이 사준 것 같다”고 말했다.

과총 회장 도전은 2013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다. 당시 그는 과총 회원단체 중 하나인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제가 남녀공학 대학(서울대 화학과)을 나오고 80년대부터 각종 위원회 활동을 하다 보니 여성으로서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과총이 50년 가까이 돼가는 만큼 여성 회장이 한번 나올 때가 됐다’며 여성 후배들이 권유하더라고요. 한참을 망설이다 ‘어려운 짐을 짊어져야겠다’ 싶어 나서게 됐죠.” 하지만 후보 다섯 명 중 2위를 했고, 3년 뒤 다시 도전해 뜻을 이루게 됐다.

 김 전 장관은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97∼99년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를 계기로 김대중 정부에서 1999∼2003년 44개월 동안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헌정사상 최장수 여성 장관이다.

이후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뒤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 저탄소녹색성장 국민포럼 공동의장 등 환경 관련 단체를 이끌었다.

 김 전 장관은 이번 차기 회장 선거에서 적극적인 e메일 선거운동을 벌여 화제를 모았다. 한 달 반의 선거운동 기간에 투표권을 가진 과총 이사 90명에게 보낸 메일이 40통을 넘는다고 했다.

 “제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제가 어떤 책과 보고서를 썼는지, 언론엔 제가 어떻게 보도됐는지 등을 쫙 보냈어요. 후보로 나선 만큼 저에 대해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죠. ‘선거엔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조언해준 분들도 많았지만 제가 살아온 방식을 이제 와서 바꿀 순 없잖아요. 지난 선거 때도 e메일로만 선거운동을 했고요.”

 김 전 장관은 학계에서 과학기술 분야 외길을 열정적으로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강 유지 비결에 대해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많이 걷는다”고 했다.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이후론 줄곧 그렇게 해왔고, 과총 회장도 급여가 없는 봉사직인 만큼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낮 12시부터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서울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기 회장으로서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과총 12개 지역연합회 워크숍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경제·사회·문화 발전에 과학기술이 기여할 수 있도록 과총이 적극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때문에 거른 점심은 “KTX 안에서 도시락을 사먹을 생각”이라고 했다.

글=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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