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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16분 이불 씌워 깔고 앉았는데…검사 ‘영아뇌사’사건 부실수사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생후 11개월 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갔다가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한 2014년 ‘어린이집 영아 사망사건’의 담당 보육교사 김모(37)씨가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해외연수 앞두고 약식기소 처분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 추가기소

당초 이 사건으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돼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던 김씨가 추가 혐의로 기소되자 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생후 11개월 된 A군은 2014년 11월 12일 서울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엎드려 눕혀진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군은 머리 끝까지 이불이 덮여 있었고 심장 박동이 정지된 상태였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한 달 후쯤인 12월 17일 뇌사 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A군의 가족은 어린이집의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찾아본 뒤 “김씨가 아이의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은 뒤 이불에서 빠져 나오려 하자 움직이지 못하도록 16분가량 이불을 깔고 앉아 있었다”며 아동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당초 단순 사고로 봤던 경찰도 CCTV 화면을 근거로 재수사한 뒤 김씨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로 보냈다.

 하지만 사건 담당 검사는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김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 적용해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에 제출된 수사 기록에는 김씨의 행동과 A군의 뇌사 간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기록이 빠져 있었다고 한다.

당시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있던 A군에 대한 김씨의 행위는 체온·호흡 등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A군 사건의 담당 검사는 사건 처분을 마치고 며칠 뒤 해외 연수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졸속 사건 처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약식기소는 징역형·금고형보다 벌금형이 적당하다고 판단될 때 청구한다. 약식기소가 되면 대체로 판사는 기록만으로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한다. 서울중앙지법도 같은 달 김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처음 (검찰이) 사건을 살펴볼 때 CCTV 기록 등을 면밀히 살펴보지 못했던 건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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