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노조 변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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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민주노총 총파업이 시작된 지난 2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근로자들은 1백30만평의 공장에서 터빈과 보일러 같은 발전설비 생산 작업에 묵묵히 몰두했다. 금속노조 산하 노조원들이 창원의 한 공원에 모이기로 했지만 파업에는 노조 간부들만 사업장 대표로 참여했을 뿐이었다. 두산중공업 노조원 수는 무려 3천6백명으로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이다.

올 봄 격렬한 분규를 겪은 두산중공업이 달라지고 있다.

변화의 움직임은 지난달 25일부터 본격화됐다. 올 1월 근로자 분신사망 등 63일간의 파업투쟁이 끝난 지 1백일이 갓 지난 때다. 이날 금속노조 시한부 파업 때 집행부가 비번자들의 참여를 독려했으나 근로자들은 불참했다. 두산은 3일 열기로 한 사업장별 집회도 취소했다. 4일로 예정된 개별 집회도 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의 분규로 수주 물량이 크게 줄어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졌습니다."

회사와 노조 관계자의 공통된 분석이다.

아닌게 아니라 회사는 비상이다. 올 상반기 수주 실적은 5천4백억원. 지난해 상반기 1조9천억원의 4분의 1밖에 안된다. 올 목표 4조원 달성은 험난하기만 하다.

회사가 분규에 시달리다보니 수주에서도 밀리기 일쑤다.

3억4천만달러의 쿠웨이트 담수플랜트(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공장) 입찰에서 실패하는가 하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조업 차질을 우려해 5억달러의 발전설비 아웃소싱을 취소했다.

현재 근근이 5천억원어치 물량을 따냈지만 근로자들은 갑작스러운 일감 부족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두산중공업의 저력은 만만치 않다. 지난달 말에는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발전소용 디지털 터빈제어시스템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다. 기능장도 국내 최다인 3백39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솔직히 그동안의 분규로 발주처와 채권단의 시각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파업에 싫증을 느낀 근로자들이 일에 몰두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분규와 파업, 일감 부족, 그리고 변화의 몸부림…. 두산중공업은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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