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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고용해 도심 속에 보이스피싱 콜센터 차린 일당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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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유명 저축은행을 사칭해 '신용도를 올려주겠다'며 대출금 일부를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이 적발됐다. 이들은 30~50대 주부들을 고용해 수도권의 상가 건물에 콜센터를 차린 뒤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5일 사기 혐의로 박모(30)씨 등 7명을 구속하고 이들을 도운 텔레마케터 신모(50·여)씨 등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통장을 제공한 3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11월 인천과 경기도 부천에 콜센터를 차린 뒤 유명 저축은행을 사칭해 "신용도를 올려서 저리로 대출해주겠다"고 속여 120명에게 대출금의 일부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 금액만 3억5000만원에 이른다.

박씨 등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는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과 달리 수도권 도심 한복판에 상가를 빌려 콜센터 3곳을 차렸다.

이들은 20~50대로 주부들로 구성된 전문 텔레마케터를 고용한 뒤 범행을 했다. 1차 콜센터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범행 대상자들의 인적사항과 대출희망 금액 등의 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넘겨받은 2차 콜센터는 피해자들에게 "신용등급이 낮아서 은행에서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기 어렵다"고 속였다. 또 "채무를 통합하면 나중에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 신용등급을 올려 줄 테니 제2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사용하고 일정 비용만 납부하라"고 속여 대출을 받도록 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대출받은 돈을 자신들의 대포통장으로 넘겨받아 신용등급 향상 수수료 등으로 25~50%를 떼고 돌려줬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신용등급에 문제가 없어 정상적으로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들에게 속아 더 큰 이자를 짊어지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 등은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인출책을 모집하는 등 중간책으로 활동을 하다 자신들이 직접 콜센터를 만들어 조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텔레마케터 등으로 활동한 주부들도 처음엔 아르바이트로 시작을 했지만 나중엔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담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등이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1개월 단위로 대포폰을 바꾸고 관련 자료를 수시로 파기한 점 등으로 보아, 실제 피해자는 수백 명에 이르고 피해금액도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의 추가 범행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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