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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 “북한혐오 중국인 60% 넘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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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혐오하는 중국인이 60%를 넘어섰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15일 ‘갈수록 많은 중국인이 북한을 보는 시각을 바꾸고 있다’는 사설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신문은 “일부에서는 여전히 ‘북한 병풍설’을 말하지만, 평양은 베이징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반복해 중국의 국가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북한의 핵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중요한 동향은 갈수록 많은 중국인들이 북한을 우호국가로 보지 않고 중국의 짐, 심지어 ‘몹쓸 이웃(壞隣居)’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같은 시각을 가진 중국인 비율은 60% 정도이며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했다.

사설은 “외교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해 민의가 외교정책의 지휘봉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민의는 현재 중국이 외교전략을 정하는 주춧돌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여론 변화는 중국정부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북한혐오증’은 중국의 ‘일본혐오증’과 달라 상대적으로 쉽게 화해할 수 있지만, 평양이 핵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중국 민간의 북한에 대해 쌓인 원망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했다.

신문은 미국과 한국도 거론했다. “미국은 북한에 끊임없이 강하게 위협했지만 북한에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미국의 이 같은 조치의 진정한 목적은 한국을 끌어당겨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적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 “중국 역시 미국·한국·북한 어느 한 쪽에 포로가 되는 것을 막고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자신이 정한 마지노선의 위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병풍’이라는 오래된 관념은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중국은 근대 이후 힘에서는 졌지만 지혜와 결심이 없지는 않았고, 신중국 성립 이후 대외전략은 크게 볼 때 모두 성공적이었으므로, 북핵문제 역시 건너지 못할 함정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정책 변경을 요청했다.

환구시보는 전국 34개 도시에서 하루 200만 부 이상 발행하는 전국지로 여론 영향력이 큰 신문이다. 신문은 그만큼 여론의 동향에도 민감해 한국과 미국의 사드 배치 논의 공식화 이후 중국인들의 북한을 보는 시각이 예전과 달리 차갑게 식고 있는 현상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설의 인터넷 페이지에는 중국 네티즌들이 이날 오전에만 1500여 건의 댓글을 달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경진=베이징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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