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조원, 지난해 은행수신 증가액…단기 피난자금이 대부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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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저금리 시대라는데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저축을 위한 돈이 아닌 단기 피난자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은행의 전체 수신 잔액은 1391조602억원으로 1년 동안 100조원 넘게 증가했다. 은행채 유입 효과를 제외하면 연중 증가 폭이 106조원대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104조원대)을 넘어서는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웃을 일이 아니다. 예금주가 요구하면 은행이 즉시 지급해야 하는 실세요구불예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41조5290억원으로 1년 새 33조2786억원이 늘어났다. 수시입출식 통장에도 같은 기간 58조7328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이에 비해 은행에 돈을 일정 기간 묻어두는 정기예금은 지난해 말 잔액이 549조650억원으로 1년 동안 8조1893억원이나 줄어들었다. 한 해 동안 13조원이 늘어난 2014년에 비해 인기가 시들해졌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 기업과 가계가 투자나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돈을 풀어도 돈이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도 경기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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