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 두 번 울리지 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이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점은 이해한다. 문제는 이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속조치로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핵심은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고, 구체적인 보상대책을 마련해 자칫 불필요한 남남 갈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12일 발표한 개성공단 대책은 피해기업에 대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출원리금 상환 유예 등 한가로운 지원책만 나열해 미흡하고도 무성의하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특히 입주기업들이 정부 발표에도 “지원이 아닌 피해보상책을 마련하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기업들은 “전적으로 북한의 책임”이라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이번 사태는 모두 정부 탓”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다. 기업인들은 통상적으로 정부와 전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자제한다. 2013년 가동중단 당시에도 “조속한 조업 재개”만 호소했을 뿐 갈등을 드러내는 건 피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우려스럽다.

 기업인들은 정부가 갑자기 가동중단을 통보하고 재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마저 차단했다며 허탈감을 호소한다. 정부가 발표 후 하루에 차 한 대와 사람 한 명만 들어가도록 함으로써 제품과 원부자재, 금형 등을 들고나올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신속한 퇴각’을 정부가 막아놓고 북한 책임만 들먹이는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겠다고 했지만 개성공단과 관련된 소송에서 기업이 승소한 적은 없다. 법대로 하자면 손실은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물론 북한의 자산동결 등은 비상식적 조치다. 그러나 정부가 이에 따른 손실을 기업들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비상한 시국에 벌어진 비상한 조치였다. 그러므로 이에 상응하는 비상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기업 피해를 신속하게 조사해 우선 배상한 후 북한과 사후 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사태로 정부와 정부를 믿었던 입주기업 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론이 분열되는 불행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