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패배 뒤 22%P차 압승…샌더스 “수퍼 화요일도 이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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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가운데)이 부인 제인(오른쪽)과 자녀·손주들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수시티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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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1 무승부다. 다만 기세는 다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0.25%포인트 차이 신승(아이오와)이었으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22%포인트의 압승(뉴햄프셔)이었다.

당원에 일반 유권자도 참여
“소액 후원금 정치혁명 시작”
선거자금, 클린턴 75% 육박

뉴햄프셔 경선 승리가 확정된 9일 밤 9시 25분(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콩코드 고교 강당 무대에 선 샌더스는 지지자들의 열광을 보며 “껄껄껄” 웃었다.

30분간의 연설에서 그는 “아이오와에서 뉴햄프셔까지의 결과는 ‘정치 혁명’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 그 기운이 네바다(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27일), 그리고 ‘수퍼 화요일’(13개주 예비선거가 한꺼번에 열리는 날, 3월 1일)로 뻗어나갈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개표가 시작된 뒤 연설까지의 대기 시간에는 아들·손주들과 농구를 하는 여유도 보였다. 클린턴을 겨냥해 “난 오늘밤 뉴욕으로 떠나지만 (클린턴처럼) 월가에서 자금모집을 하러 가는 게 아니다”며 “100만 명 이상으로부터 평균 27달러(3만2000원)의 후원금을 받아 선거를 치르는 혁명을 일으켰다”고 외치자 행사장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샌더스 진영은 뉴햄프셔 압승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지난 1일)가 민주당원만 대상으로 한 경선이었던 반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는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 것이라 ‘대중의 표심’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 때문이다. ‘당심’보다는 ‘민심’을 통해 경선 초반 판세를 장악할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판단이다.

샌더스는 뉴햄프셔 경선에 최근 2주일 동안에만 280만 달러(34억원)를 쏟아 부었다. 클린턴(80만 달러, 10억원)의 3배를 웃돈다.

2012년 선거에서 오바마 캠프의 뉴햄프셔 책임자였던 션 다우니는 “뉴햄프셔는 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 나아가 다음달 1일의 ‘수퍼 화요일’로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를 가늠하는 모멘텀이었다”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샌더스의 기세는 두둑한 호주머니 사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샌더스 진영이 현재 확보하고 있는 현금은 2830만 달러(340억원)로 클린턴의 3800만 달러(456억원)의 75%수준에 다가섰다”고 분석했다. 불과 3개월 전도 25%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클린턴 진영은 애써 충격을 감추는 모습이지만 위기감과 조바심이 강하게 배어 나오고 있다. 뭔가 매끄럽지 못한 장면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지원 유세에 나선 매들린 올브라이트(78) 전 국무장관이 “지옥에는 여성을 돕지 않는 여성들이 갈 특별석이 마련돼 있다”며 샌더스 지지 여성들을 모독해 물의를 빚었다.

2008년 오바마 선거 캠프 총지휘자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클린턴이 개인의 경험·자격·억셈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샌더스는 ‘1%의 백만장자로부터 미국을 되돌려 놓겠다’는 것으로 단순화했다”며 “유권자는 복잡한 이력보다는 단순한 미래를 보려 한다”고 지적했다. ‘예스 위 캔(Yes, We Can)’을 끊임없이 외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당했던 2008년 대선 때와 같은 실수를 클린턴이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연설을 해도 샌더스는 시민운동가처럼 보이지만 클린턴은 세일즈맨처럼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맨체스터 (뉴햄프셔주)=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프라이머리(예비경선)=미국 공화당·민주당 양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대의원 선출 방식의 하나. 당원만 참여하는 코커스(caucus)와 달리 일반 주민도 참여할 수 있다. 현재 50개주 가운데 27개주가 프라이머리를, 23개주가 코커스를 실시한다. 각 주 별로 대선 경선 주자들의 득표와 대의원 수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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