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어도 문화의 날' 조례, 제정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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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의 이상향' 이어도에 얽힌 역사·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이어도 문화의 날'을 지정하자는 조례가 주민발의로 추진된다. 중국과의 마찰 등을 우려해 수차례 무산됐던 조례여서 도의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는 4일 "제주여성리더십포럼이 도민의 서명을 받아 제정을 청구한 '제주도 이어도 문화 보존 및 전승 조례안'을 5일 제주도의회에 부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례 발의안에는 제주도민 5374명이 연서한 서명인명부가 함께 제출됐다. 지방자치법상 해당 지역 내 19세 이상 주민총수 200분의 1(2383명) 이상이 서명을 할 경우 주민발의를 할 수 있다.

해당 조례안은 이어도와 제주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1년 중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음력 7월 15일(백중사리)을 '이어도 문화의 날'로 지정하는 게 골자다. 2007년 이후 수차례 제정이 추진됐으나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우려 등을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제주인들에게 이어도는 옛날부터 전설의 섬이자 환상의 섬으로 여겨졌다. 제주의 해녀들은 이상향인 이어도를 그리며 척박한 섬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 지금도 제주인들 사이에선 이어도와 관련된 전설과 전통민요가 계승돼 내려오고 있다.

제주여성리더십포럼 관계자는 "제주 여성정신의 역사적 배경인 이어도가 후대에 전승될 수 있도록 조례 발의를 추진했다"며 "제주도의회는 도민의 민심을 겸허히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도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남쪽으로 149㎞ 떨어져 있는 수중 암초다. 중국 최동단 퉁다오(童島)와 247㎞, 일본 도리시마(鳥島)와는 276㎞ 떨어져 있다. 정부는 2003년 6월 이어도에 국내 첫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세웠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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