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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경의 Shall We Drink] ①포르투에서 포트와인 한 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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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거나, 하얗거나. 포트와인을 한 모금 머금은 순간 입 안 가득 달콤함이 번진다. 포트와인의 발상지 포르투에서는 그 달콤함을 수시로 맛볼 수 있다. 도우루 강가에 앉아 다디단 포트와인을 홀짝이다 보면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마저 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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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가 나라인지 도시인지 헷갈리는 이들을 위해 지명과 용어부터 정리한다. 유럽의 서쪽 끝 대서양과 맞닿은 나라가 ‘포르투갈(Portugal)’이며, 포르투갈 제 2의 도시가 ‘포르투(Porto)’다. 포트와인(Portwine)은 포르투에서 유래한 영어식 이름이고. 항구를 뜻하는 포르투는 도시의 이름이자 포트와인의 수출항이었다. 포르투갈어로 포트와인은 ‘Vinho do Porto’라 쓰고 ‘비뇨 두 포르투’라 읽는다.

포트와인의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00년 전쟁 이후 프랑스 와인 수입이 어려워진 영국인이 포르투로 이주해 자국 수출용 와인을 만들었다. 한데 오크통을 배에 싣고 한 달씩 운반하다 보니 와인이 자꾸 변질됐다. 궁리 끝에 브랜디를 넣어 산화를 막는 묘안을 찾아냈다. 와인에 증류주를 넣으면 포도의 당 성분이 발효를 멈추고, 당 성분이 그대로 와인 속에 남아 설탕 한 톨 없이 단맛을 내게 되는 원리다. 그렇게 맛이 달면서도 도수가 센 포트와인이 탄생했다. 포트와인은 알코올 함량(18~20%)이 높아, 개봉 후 6개월까지도 맛에 변함이 없다. 초콜릿이나 치즈와 잘 어울려 주로 디저트와인으로 즐겨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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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든 여행자가 포트와인에 이끌려 포르투를 찾는 것은 아니다. 클레리구스 탑(Torre dos Clérigos)부터 히베이라(Ribeira)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역사지구를 누비러 오는 이들이 많다.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속 마법 학교에 영감을 준 ‘렐루 서점(Livraria Lello)'을 보러 오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포르투에서 포트와인을 맛보지 않고 포르투를 떠나는 여행자는 없다. 지난봄 포르투 히베이라 강변의 레스토랑 피시픽스 창가에 앉아 포르투 관광청 직원과 함께 저녁을 할 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식사 후 포트와인을 권했다. 세가 다 에스텔라(Serra da Estela) 치즈와 크래커·호두·꿀이 담긴 접시와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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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사람의 부엌에는 세 가지가 꼭 있어야 해요. 빵, 바칼라우(염장 대구) 그리고 포트와인. 빵과 바칼라우는 일상적인 식사 재료고, 포트와인은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서예요. 귀한 손님을 위한 식사에는 디저트와 포트와인이 빠질 수 없죠.”  

그녀의 말에 포트와인이 더욱 감미롭게 느껴졌다. 귀한 손님이 된 기분으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달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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