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로·도산대로 외제차 전시장 35곳 … 출근 시간 도로서 차량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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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외제차 불법 주정차 민원 연 1만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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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영동대로의 한 외제차 전시장 앞. 한 화물 차량이 하차 작업을 하고 있다. 차량 하차 후 점검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통상 2~3시간. 차도 위 정차 규정 시간 5분을 넘으면 불법주차로 단속 대상이 된다.

주차 단속팀 민원 가운데 가장 많아
전시장들 “이동 중 흠집…차라리 과태료”
인도 위 불법주차도 하루 평균 15건 적발

지난해 강남 지역 외제차 전시장들의 주정차 위반으로 강남구청 주차 단속팀에 접수된 민원만 약 1만여 건. 단속팀은 지난해 하루 두 번 정기 단속을 실시하고, 3개월에 걸쳐 주정차 위반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시장에 보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가장 많은 민원이 쏟아지는 시간대와 장소는 출근 시간 외제차 전시장 35곳이 밀집한 영동대로와 도산대로다.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외제차 10여 대를 실은 화물차가 도로에 차량을 무단으로 세워놓고 고장 여부를 점검한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통상 2~3시간. 가뜩이나 막히는 강남의 출근길이 더욱 답답해진다.

 강남구청 주차관리과 이용달 주차단속팀장은 “전시장 안으로 차량을 옮긴 후 점검을 하라고 계도하지만 그때 잠깐일 뿐, 어김없이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매장 측은 “전시장 안으로 차량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량에 흠집이라도 나거나 고장이 나면 수백수천만원의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화물차 바로 앞에서 차량 점검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팀장은 “최소 출근 시간만큼은 피해달라고 말해봤지만 화물 기사들은 ‘새벽에 운전하면 고속도로 운임료가 저렴하다. 평택이나 인천에서 차량을 넘겨받아 오기 때문에 아무리 서둘러도 도착하면 출근 시간과 겹치게 된다’고만 한다”고 전했다.

 인도 위 불법 주차 역시 단골 적발사항이다. 직원들의 출퇴근 차량과 시승차, 그리고 전시장을 방문한 고객들의 차량이 건물 사유지를 넘어서 인도까지 차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15대 가량이 불법 주정차로 적발되지만 매장 측에서는 고객 편의 제공과 전시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주차관리과 직원은 “한 달에 100만원씩 꼬박꼬박 낼 테니 상관 말라며 배짱을 부리는 전시장도 있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해도 화물차의 경우 5만원, 승용차는 4만원이 전부다. 이마저 고지 즉시 과태료를 자진 납부하면 20% 할인된다.

 한편 지난해에는 구청 측이 인도에의 차량 진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인도 위에 볼라드(주차 장애물) 설치를 추진했지만, 외제차 전시 매장과 인근 상인들이 “생존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격렬히 반대해 무산되기도 했다.

글·사진=김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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