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이어진 힐러리·샌더스 초박빙 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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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아이오와주 민주당 경선은 2일 새벽(현지시간)까지 초박빙 접전이 이어졌다. 개표 초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하다 클린턴이 3%포인트 안팎으로 앞서다가 개표 후반에 다다르며 샌더스의 득표율이 조금씩 올라갔다. 디모인의 미디어센터의 대형 전광판엔 조금씩 좁혀지는 두 후보의 득표율이 실시간으로 나오면서 현장에 나온 국내외 기자들이 눈을 떼지 못했다.

99%가 개표됐던 2일 새벽 1시 30분께 클린턴 49.8% 대 샌더스 49.6% 득표율이 이어졌다. 새벽 3시 30분엔 CNN이 클린턴 49.9% 대 샌더스 49.5%로 전하며 1%포인트 미만의 초접전이 계속됐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정확한 승패 보도를 피한 채 동률로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개표가 대부분 진행된 가운데 클린턴과 샌더스는 사실상의 동률”이라는 같은 표현으로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는 강력한 여성ㆍ노년표가 정치 혁명을 주장한 샌더스 의원의 열정적인 보병 전사들과 맞붙었다”고 보도했다.

1일 아이오와주 디모인 시내의 역사박물관 1층에 마련된 민주당 기초 투표소에서도 ‘미니 접전’이 이어졌다. 아이오와주 전역에 산재한 1681개 투표소 중의 하나다. 투표소에 모인 민주당 유권자는 모두 166명. 1차 투표에선 클린턴 지지자들이 79명, 샌더스 지지자가 77명. 마틴 오말리 전 매릴랜드 주지사 지지자가 8명, 투표 미결정자 2명이다.

코커스 규칙에 따르면 투표자의 15%를 넘지 못하면 사표가 된다. 오말리 지지자들은 이에 따라 2차 선택을 해야 했다. 이들을 향한 구애가 이어졌다. 클린턴 측의 한 지지자가 “버니는 트럼프와 똑같아. 세금을 올리려 해”라고 소리치자, 샌더스 지지자 쪽에서 “우”하는 야유와 함께 “이리로 오면 쿠키를 줄게”라는 함성이 나온다. 오말리 지지자들이 하나씩 클린턴 쪽과 샌더스 쪽으로 갈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컴 온(come on), 컴 온”이라는 고함이 이어졌다. 20대 여성인 크리스티안 크리스는 고민 끝에 클린턴 쪽으로 향하면서 “그래도 의료보험은 클린턴 전 장관의 정책이 좋다”고 말했다.

2차 투표를 마친 결과는 클린턴 지지 84표 대 샌더스 지지 83표. 박빙 승부였다. 전체 숫자가 1명 늘어난 것은 코커스를 진행하던 사회자 표가 더해지면서다. 코커스에 처음 왔다는 칼린 로드리게스(19)는 “처음엔 사람이 몰려 있어 당황스러웠는데 해보니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코커스는 인디언 부족회의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는데 민주당 방식이 훨씬 역동적이다. 이날 역사박물관의 민주당 투표소에서처럼 한 방에 모인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의 팻말이나 표식이 있는 곳으로 갈라져 모이면 표를 행사하게 된다. 그래서 공개 투표다. 또 2차 투표가 진행되면 ‘사표’를 끌어 당기기 위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반면 공화당은 유권자들이 투표 용지에 지지 후보의 이름을 써 넣는 식이다.

아이오와주의 코커스는 당원 만이 참여할 수 있는데 오는 9일 뉴햄프셔주에서 열리는 프라이머리는 당원에 관계없이 일반 유권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각 주마다 거쳐 여야의 후보가 결정된다.

디모인=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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