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더민주 김종인의 ‘생일축하 난’ 3번 거절…"정중하게 사양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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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64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보낸 난을 거절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축하난을 보내라는 지시가 있어 청와대 정무수서식실에 박수현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이 직접 난을 갖고 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청와대에서 사양하겠다는 답이 왔다”고 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김 위원장은 박 비서실장으로부터 “박 대통령의 생일이니 축하난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보고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곧장 박 대통령에게 난을 보내라고 했다. 박 비서실장은 “정치는 정치고 도리는 도리다. 고단한 삶을 사는 국민에게 설 명절 앞두고 훈훈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기대를 갖고 그렇게 했다”고 했다.

더민주 비대위원장 비서실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로 난을 보내겠다는 뜻을 전달한 건 9시 7분이다. 50분이 지난 9시54분 쯤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전화가 와 사양의 뜻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문희상 비대위원장 시절에 박 대통령께서 축하난을 보내오신 적 있어 난을 보냈다고 재차 제의를 했지만 사양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라며 “다시 야당 대표가 보내는 난이라고 제의를 했는데 다시 정중하게 사양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난을 사양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알았다”고만 했다고 한다.

더민주에서 이날 준비한 난은 국내에서 재배하는 난 중 고급 품종인 황금강이다. ‘생신을 축하드립니다’고 썼다. 김 대변인은 "야당에서 대통령 생일에 난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4월 11일 당시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이정현 정무수석을 직접 보내 생일축하 난을 전달했다.

박 비서실장은 난을 전달하기 위해 지역구인 충남 공주에서 일정을 취소하고 상경했지만 결국 청와대를 방문하지 못했다. 박 비서실장은 “어쨌든 대통령의 생신을 축하드리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담아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다만 생신 축하 말씀이 아니라 유감의 말씀을 드리게 된 점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서 청와대 참모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보낸 난을 거절한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축하난은 정중히 사양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보낸 도자기 등의 선물은 받았다. 김 대표 측은 “박 대통령과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도자기, 축하난과 한과 세트를 청와대로 보냈다”며 “이 도자기는 중국 명인의 작품으로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64번째 생일을 맞아 직접 제작을 의뢰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일훈·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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