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위 송영한, 세계 1위 스피스 위에 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기사 이미지

송영한이 싱가포르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스피스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그룹]

세계랭킹 204위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이 랭킹 1위 조던 스피스(23)를 제치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안투어 싱가포르 오픈 우승
뚝심 약해 5년 간 준우승만 6회
“배짱, 돈 주고서라도 사고 싶어”
스피스 압박 이겨 자신감 회복

송영한은 1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장(파71)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SMBC 싱가포르 오픈 잔여경기 3개 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 버디 하나를 추가한 스피스를 1타 차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26만 달러(약 3억원). 송영한은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면서 합계 12언더파를 기록했고, 스피스는 11언더파로 2위에 올랐다.

전날 낙뢰로 인해 마지막 홀 1.5m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겨두고 경기를 중단했던 스피스는 “내일 다시 나와서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1일 아침 이 퍼트를 무난하게 성공시키면서 송영한을 압박했다.

송영한은 전날 16번 홀에서 3.5m 정도의 퍼트를 남겨둔 상태에서 경기를 중단했다. 송영한은 “그 퍼트를 남겨 놓고 잠을 자려고 하니 병이 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패한다면 스피스와 동타가 될 수도 있는 고비였다.

송영한은 “오르막 3.5m 거리의 파 퍼트였는데 잔디가 역결이어서 긴장했다. ‘에라, 모르겠다. 운에 맡기자’는 심정으로 퍼트를 했는데 다행히 성공했다”고 말했다.

송영한은 한국 남자골프 ‘황금 세대’의 한 축을 이루는 선수다. 안병훈·노승열(나이키)·이경훈(이상 25·CJ오쇼핑) 등이 모두 91년생 동갑내기다. 송영한은 그 중 귀공자 같은 외모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별명이 ‘어린 왕자’다.

2011년 프로 데뷔한 이후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3년 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KPGA)투어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선 4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가 당시 아마추어 이창우에게 역전패했다. 그 해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도 김도훈에게 졌다.

이제까지 국내와 일본에서 각각 2위만 3차례씩 했다. 이외에도 우승 목전에서 물러난 경우가 무척 많았다.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 심리 치료도 받았다.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배짱을 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송영한의 배짱이 빛났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가 쫓아오는데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값진 우승을 차지했다.

송영한은 “상대가 세계 1위 스피스니 ‘져도 본전’이라고 생각하면서 쳤다. 그래도 마지막 홀 파 퍼트를 할 때는 정말 떨렸다”고 말했다.

송영한은 또 “올해 목표가 1승을 거두는 것이었는데 첫 대회에서 목표를 달성했으니 올해 목표를 3승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관련 기사4장 뿐인 리우 티켓, 먼저 치고나간 김효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