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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문재인 대표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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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2016년 1월 20일 30면>
문재인 사퇴, 친노 패권주의 청산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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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신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재창당 수준으로 당을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사퇴하겠다고 했다. 회견의 핵심 용어는 ‘변화와 사퇴’였다. 문 대표가 당을 변화시키겠다면서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말은 일견 모순적이다. 당을 변화시키려면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당 대표를 내려놓으면서 어떻게 변화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친노(親盧)나 친문(親文) 인사라고 볼 수 없는 일부 당 소속 의원도 문 대표의 사퇴로 당이 더 무질서해지고 더 큰 혼란으로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 정치를 넘어서 한국 정치라는 더 큰 틀에서 보면 문 대표의 사퇴는 늦었지만 잘된 일이다.

문 대표는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 세력의 중심에 있었다. 친노 패권 세력은 정치를 끝없이 선과 악,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진영논리를 바탕으로 국가적 정의보다 분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국민에게 투영돼 왔다. 이들이 제1야당의 주류로 등장한 지난 5년간의 적폐가 결국 안철수의 탈당과 야권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문 대표가 자신의 임기 마지막 작업으로 친노 패권 문화를 수술하겠다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한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변화의 돌파구가 가능하다는 인식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표의 회견은 일단 더민주를 살리기 위한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문 대표는 종종 언행의 불일치와 메시지의 혼선을 일으키곤 했다. 회견에서 밝힌 대로 당권에서 깨끗하게 손을 떼고 새로운 지도부에 간섭하지 않는 인내를 끝까지 발휘해야 한다. 문 대표 주변의 친노 패권 세력들로 지목된 이들도 행여 새 지도부를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 대표는 그동안 운동권·시민단체 출신 대신 신선한 실용적 전문가들을 영입해왔다. 이런 것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공천과 선거 운용에서 친노 세력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 문 대표는 선대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이 약속이 어느 정도나 지켜질지 유권자는 지켜볼 것이다.

야당 대표로서 문 대표의 대정부 비판은 매우 날이 서 있다.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해도 일부 대목은 부적절했다. 그는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팔아넘겼다. 우리는 위안부 협상을 원점으로 돌릴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대통령과 일본의 총리가 수년간 끌어온 외교 협상에 일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런 식의 감정적인 표현을 한 건 옳지 않다.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는 걸 참여정부의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지낸 사람이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이 말은 자신이 집권하면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4년 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측이 “우리가 집권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겠다”고 한 것과 비슷하다. 협상이 미흡한 것과 정부 합의를 파기하는 건 다른 문제다.

한겨레 <2016년 1월 20일 31면>
문 대표 사퇴, 야권 혼돈 정리의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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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대표직 사퇴 결심을 밝혔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지 345일 만에 중도하차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사퇴가 당을 살려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통합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고 문 대표는 사퇴의 변을 밝혔다.

문 대표의 사퇴에서 가장 역설적인 대목은 ‘당 대표의 중도하차가 당을 살리는 지름길’이라는 현실 인식이다. 그것은 바꾸어 말하면 문 대표 스스로 자신의 리더십 부재와 대표직 수행의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기도 하다. 잘 알다시피 문 대표 재임 기간은 비주류의 끊임없는 흔들기와 문 대표의 버티기가 충돌해온 혼돈의 시기였다.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나타난 야권의 사분오열과 지리멸렬이며, 여기에는 문 대표 역시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정치를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할 때 문 대표의 사퇴 시점이 지금이 최선이었는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는 대선 고지를 향한 정치적 승부수이기도 하다. “총선에서 정권교체 희망을 마련하지 못하면 겸허하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인정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이 문 대표의 이런 심중을 보여준다. 문 대표는 결국 ‘당 대표가 물러남으로써 당을 총선에서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대미문의 극약처방을 선택한 셈이다. 문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총선 불출마 백의종군” 결심도 다시 한번 밝혔다. 굳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도 잘 모르겠지만, 대선의 꿈을 불태우는 정치인이 ‘총선에는 백의종군, 대선에는 장수’를 하겠다는 게 옳은지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런 숱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의 사퇴가 더불어민주당을 다시 살리는 변곡점이 된 현실은 분명하다. 탈당을 공언해온 의원들이 대부분 관망세로 돌아섰고, 정의당 등에서는 야권연대 가능성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래를 낙관하기는 힘들지만 야권 통합과 연대의 환경이 다소 나아진 측면은 확실히 있어 보인다.

문 대표의 사퇴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매우 다른 평가들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은 문 대표 한 사람의 거취나 정치적 장래 문제 등을 떠나 야권 전체의 명운이 걸린 시점이라는 점이다. 문 대표 자신의 사퇴 결심도 이런 엄중한 현실에 대한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문 대표의 사퇴가 야권의 어지러운 지형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논리 vs 논리
이분법적 대립 정치 버릴 기회 vs 더민주 다시 살릴 환경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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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과 통합을 위해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 한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현재 문재인 의원은 이미 당 대표뿐 아니라 모든 당직에서 물러난 평당원의 신분으로 돌아간 상태지만 이 글은 사퇴 결심을 발표했던 당시 관련 사설을 대상으로 쓰여졌다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사퇴 결심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대표는 재창당 수준으로 당을 바꾸겠다고 천명하면서 통합을 위해 대표직을 내놓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지 345일 만에 중도하차하게 되었다. 그동안 당내 일부 비주류 의원들과 탈당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 온 만큼 문 대표의 사퇴는 야당은 물론 정치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그동안 당내에서 탈당을 고려했던 의원들의 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이미 탈당한 의원들에게도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문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다가 탈당해 신당 창당을 이끌고 있는 안철수 의원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큰 부담을 주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표의 사퇴 결심을 두고 중앙과 한겨레 사설은 한목소리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앙은 ‘야당 정치를 넘어서 한국 정치라는 더 큰 틀에서 보면 늦었지만 잘된 일’이라는 분석과 함께, 일단 ‘더민주를 살리기 위한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한겨레 역시 ‘문 대표의 사퇴가 더불어민주당을 다시 살리는 변곡점이 된 현실은 분명하다’는 평가와 함께 ‘장래를 낙관하기는 힘들지만 야권 통합과 연대의 환경이 다소 나아진 측면은 확실히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사퇴 결심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는 다르게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가져온 원인 진단에서는 중앙과 한겨레가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인다. 중앙은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의 폐해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삼고 있는 반면, 한겨레는 리더십 부재와 대표직 수행의 실패를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중앙은 문 대표가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 세력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전제로부터 논리를 전개한다. ‘친노 패권 세력은 정치를 끝없이 선과 악,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진영논리를 바탕으로 국가적 정의보다 분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국민에게 투영돼 왔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제1야당의 주류로 등장한 지난 5년간의 적폐가 결국 안철수의 탈당과 야권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사설에서 친노 패권주의라는 용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이번 사퇴를 ‘문 대표 스스로의 리더십 부재와 대표직 수행의 실패를 자인한 결과’로 해석함으로써 중앙과는 상당한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당내 비주류 세력들의 지속적인 사퇴 압력과 문 대표의 버티기가 충돌한 결과가 바로 야권의 사분오열과 지리멸렬이며 여기에 문 대표 역시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문 대표의 ‘사퇴 시점이 지금이 최선이었는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는 점까지 덧붙이고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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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문재인 대표의 탈당 이후 미칠 파장에 대한 전망과 주문에서도 중앙과 한겨레는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중앙은 여전히 친노 패권주의 청산에 초점을 맞추고 ‘문 대표가 자신의 임기 마지막 작업으로 친노 패권주의 문화를 수술하겠다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한 것’이 그 좋은 예라는 주장이다. 또한 문 대표가 ‘종종 언행의 불일치와 메시지의 혼선을 일으키곤 했다’는 지적과 함께 문 대표 주변의 ‘친노 패권 세력들로 지목된 이들도 행여 새 지도부를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문 대표가 ‘선대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한 약속이 어느 정도나 지켜질지 유권자는 지켜볼 것이다’는 점도 덧붙이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대선 고지를 향한 정치적 승부수’라는 분석과 함께 ‘당 대표가 물러남으로써 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대미문의 극약처방을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탈당을 공언해온 의원들이 대부분 관망세로 돌아섰고 정의당 등에서는 야권연대 가능성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 등을 들어 사퇴 결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문 대표의 사퇴는 ‘한 사람의 거취나 정치적 장래 문제 등을 떠나 야권 전체의 명운이 걸린 시점’이라는 지적과 함께 문 대표의 사퇴가 ‘어지러운 지형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는 주문까지 덧붙이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