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 "증거없어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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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현씨 돈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이 무죄로 풀려났다. 2일 항소심 선고에서다.

재판 시작 13개월 만이다. 權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받고 지난해 8월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었다.

***권노갑씨 DJ 찾아가 큰절

금감원 조사 무마 명목으로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을 통해 MCI코리아 대주주인 陳씨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거였다.

그러나 서울지법 형사항소8부(재판장 高毅永부장판사)는 이날 "權씨를 유죄로 인정할 증거는 金씨와 陳씨의 진술뿐인데 이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면서 "당시 상황에서 청탁이 있었다거나 權씨가 이를 수용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4월 말. 당시 진승현 게이트를 수사 중이던 서울지검 특수1부는 金씨와 陳씨로부터 "권노갑씨에게 5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00년 7월 서울 평창동 權씨 집에 함께 가 돈이 든 쇼핑백을 거실에 놓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5월 1일 權씨를 소환했고, 이틀 후 전격 구속했다. 당시 權씨 측은 "이 사건은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수사를 희석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라며 반발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도 "억울하다"면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그의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이 진행되면서 權씨에게 유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결정적인 건 지난 4월의 현장검증. 재판부는 陳씨가 그렸던 權씨 집 내부구조가 실제 구조와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했다. 陳씨가 權씨 집에 갔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된 것이다.

무죄가 선고되는 순간 법정을 메운 權씨 측근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터뜨렸다. 權씨는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라며 "하늘에 정의와 양심이 있어 이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고생 많았다" DJ도 글썽

權씨는 곧바로 金전대통령의 동교동 집으로 찾아가 거실 바닥에서 큰 절을 올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절을 받던 DJ도 한동안 눈물을 글썽거렸다고 동행한 민주당 이훈평(李訓平)의원은 전했다.

DJ는 "법정투쟁을 하느라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며 "모두 사실이 아닐 거라고 믿고 있었고, 무죄가 돼서 나올 줄 알았다"고 權씨를 위로했다. 두 사람은 30여분간 덕담을 나눴다고 한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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