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지카 바이러스 공포 확산…리우 올림픽 문제 없나

중앙일보

입력

오는 8월 열리는 브라질 올림픽이 지카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는 지카 바이러스와 모기가 브라질 올림픽 성공의 최대 변수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엔 약 5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할 예정이다. 이중 많은 이들이 북반구에 산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여행객들이 브라질 올림픽을 보고 귀국하는 시기가 북반구에서 모기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인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모기들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귀국한 이들로부터 바이러스를 빠르게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 모리츠 크래머 교수는 “여름철 모기의 높은 활동성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가 국제적으로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브라질 당국은 “공포가 과장됐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올림픽위원회의 의료 책임자인 주앙 그란제이루 박사는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8월5~21일은 브라질에서 가장 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계절”이라며 “이 기간에 이집트 숲 모기가 대량 번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은 브라질에선 겨울에 해당돼 모기에 의한 대규모 감염 우려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식이 안이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리우 같은 열대 지역 도시에선 모기들이 일 년 내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브라질에 지카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기간으로 추정된다. 당시 월드컵을 보기 위해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브라질을 찾았는데, 이때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브라질에 퍼졌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유입처는 태평양의 폴리네시아로 지목된다. 당시 월드컵은 6~7월에 걸쳐 브라질의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그때도 브라질의 겨울 시즌이었다.

현재 브라질 인구 150만 명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된다. 방역당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올림픽 전까지 바이러스를 어느 정도 퇴치할 지는 미지수다.

외국인들이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브라질 방문을 취소하면 리우 올림픽 흥행은 성공하기 어려워진다. 이미 전 세계 여행업계엔 브라질 올림픽 여행을 예약해놓은 이들의 취소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브라질은 현재로선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개최 도시를 옮길 생각이 전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아직은 올림픽 기간 중 브라질 여행 금지를 권고하지 않고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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