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대 150m 옆 공장 안에서 조립…장착 전까지 로켓 포착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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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4차 핵실험(6일)에 이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자 군과 정보 당국이 정밀 감시에 들어갔다.

1~3차 땐 발사대에서 조립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를 예의 주시하며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찰 대상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이다.

일본 교도통신도 일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동창리 발사장 일대에 사람들과 차량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북한이 이르면 일주일 안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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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보 당국자는 교도통신 보도에 대해 “지난해 북한이 동창리 일대에서 장거리 로켓의 엔진 연소 실험을 했다”며 “평양과 남포 등지의 부품공장에서 동창리로 부품을 옮겨와 현재는 최종 조립 단계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 로켓 부품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와 트럭들이 동창리에 새로 건설한 로켓 조립공장을 드나들었고, 최근엔 발사대 인근의 최종 조립공장에서 각 ‘단’을 결합하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2012년 12월 발사한 은하-3호는 3단 로켓 형태로, 당시엔 1단 로켓을 발사대 맨 아래에 세우고 그 위에 각각 2단과 3단 로켓을 얹어 결합했다.

하지만 은하-3호 발사 후 북한은 은하-9호를 쏘겠다며 2년여 동안 50m 높이의 발사대를 10여m 증축하고 미사일 조립공장을 짓는 등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특히 발사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조립공장에서 로켓을 완성한 뒤 레일을 이용해 발사대로 옮긴 뒤 곧바로 세우는 시설까지 갖췄다고 한다. 조립공장에서 최종 조립을 마치고 150여m 떨어진 발사대에 장착해 연료를 주입하면 곧바로 쏠 수 있다.

문제는 한·미 정보 당국이 로켓 발사 준비상황을 파악하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로켓)을 발사할 경우 몇 가지 사전 징후가 있다”며 “이를 통해 언제쯤 할지 예상할 수 있는데 실내에서 조립할 경우 사전 움직임을 포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발사대에서 로켓을 조립하면 연료 주입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이제는 조립을 마친 로켓이 외부에 모습을 보이는 순간에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본지 2015년 7월 24일자 6면>

이 때문에 북한이 기습적으로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 김 대변인은 “과거 세 차례 핵실험 때 중국 등 주변 국가에 미리 알렸던 북한이 이번엔 기습적으로 했다”며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도 기습적으로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27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하와이에 ‘지상기반 이지스 미사일 방어시스템(Aegis Ashore System)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이지스 방어시스템은 함정에 장착된 SPY-1D 레이더와 SM-3 미사일 등을 이용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정용수 기자 워싱턴·도쿄=채병건·이정헌 특파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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