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수학] 벌집은 왜 정육각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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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벌집을 잘라 보면 정육각형이 쌓여있는 모양이다. 왜 하필 정육각형일까. 정삼각형의 한 내각은 60도. 한 꼭지점에 6개를 맞붙이면 3백60도가 된다. 마찬가지로 한 내각이 90도인 정사각형 4개나, 한 내각이 1백20도인 정육각형 3개를 한 꼭지점에 모으면 3백60도가 된다.

모든 변의 길이가 같은 정다각형 중 평면을 빈틈없이 메울 수 있는 것은 정삼각형.정사각형.정육각형, 이렇게 세가지 뿐이다. 이제 꿀벌은 이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세가지 도형 중 꿀벌이 굳이 정육각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삼각형으로 벌집을 만들면 견고하기는 하다. 하지만 집을 짓는데 드는 재료에 비해 확보되는 공간이 넓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동일한 공간의 방을 만드는데 정육각형에 비해 두배의 재료가 든다.

정사각형으로 만들 경우엔 양 옆에서 조금만 건드려도 잘 흔들리기 때문에 외부의 힘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정육각형은 붙여놓았을 때 서로 많은 변이 맞닿아 있어 구조가 안정적이다. 또 재료에 비해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사실 자연계에선 정육각형을 서로 이어붙여 평면을 메운 예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곤충의 눈이 그렇고, 잠자리의 날개, 눈의 결정 모양에서도 정육각형이 발견된다.

자연계뿐 아니다. 비행기 날개의 내부도 벌집형 구조로 돼 있다. 이 역시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재료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수면과학적 설계를 했다는 어느 베개의 내부도 벌집형 구조로 만들었다. 원활한 공기순환과 자연스러운 습도조절을 위해서라고 한다.

여름철이 되면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나팔꽃을 볼 수 있다. 나무는 모든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원통형의 모양이다. 나팔꽃은 나무에 꼭 매달리도록 줄기를 나선형으로 감고 올라간다.

언뜻 생각하면 두 점 사이를 잇는 최단 거리는 직선이라는 기하학의 기본 원리를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선형으로 감겨 있는 나팔꽃의 줄기를 펼쳐보면 직선이 된다. 결국 나팔꽃의 줄기는 최단 거리로 나무를 감아 올라간 것이다.

꿀벌이나 나팔꽃이 수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음은 인간이 자연에 경외감을 가져야 하는 한 이유가 될지 모른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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