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이수현의 삶’ 다큐 영화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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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학 중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 이수현 씨의 사망 15주기인 26일 사고 현장인 도쿄 JR 신오쿠보역에서 이씨 아버지 이성대(오른쪽)씨와 어머니 신윤찬씨가 헌화한 뒤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01년 1월 도쿄 전철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 씨의 다큐멘터리 영화가교(架橋ㆍかけはし)’의 시사회가 15주기 추도일인 26일 도쿄에서 열렸다. 100분 분량의 이 영화는 고인의 부모 인터뷰 등을 통해 이씨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동시에 이씨와 마찬가지로 일본에 온 유학생들의 과거와 현재를 그리면서 모국과 일본의 가교가 되려는 모습도 담았다. 이씨 관련 영화는 2007년 개봉된 ‘너를 잊지 않을 거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도쿄 지요타(千代田)구 주부회관 플라자에프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고인의 아버지 이성대(79)씨와 어머니 신윤찬(67)씨 외에 일본 국제교류기금 간사이(關西)국제센터의 초청 프로그램으로 방일한 한국 고교생도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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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도쿄 지요다구 주부회관 플라자에프에서 열린 고 이수현씨의 다큐멘터리 영화 ‘가교’의 시사회에 참석한 아버지 이성대(가운데)씨와 어머니 신윤찬씨.

이씨는 “벌써 1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수현이의 정신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너무 고맙다”며 “이런 정신이 널리 퍼져 좋은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배씨도 “일본 국민들이 아들을 잃어 아픈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일들을 많이 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의 연출은 가수이자 작사가인 나카무라 사토미(中村里美)가 맡았다. 이(異)문화교류에도 힘쓰고 있는 나카무라는 사고 이듬해부터 이수현 씨가 좋아했던 후지(富士)산과 한국 산을 등산하며 국적과 세대를 넘어 교류하는 ‘피스 등산’을 해오고 있다. 고인의 부모가 이 운동에 참가하면서 교류가 깊어진 것을 계기로 영화 제작을 기획했다고 한다.

2001년 26세의 나이로 일본에서 어학 연수 중이던 고인은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려고 일본인 세키네 시로(關根史郞ㆍ당시 47)와 함께 선로에 내려갔으나 세 명 모두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씨 부모는 이후 일본 전국에서 답지한 위로금을 아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어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시아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이를 토대로 이듬해 고인의 이니셜을 딴 'LSH 아시아 장학회’가 설립돼 지금까지 700명 이상의 유학생에게 장학금이 지급됐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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