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광호 농업상] 농업연구인상 염선인 경상대학교 교수 "고추 유전체 정보 완성 … 병해충에 걸리지 않는 품종 개발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기사 이미지

염선인 교수(왼쪽 셋째)는 고추 유전체 정보 완성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했다. 경상대 원예분자육종학실험실원들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 한광호기념사업회

고추는 김치나 고추장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되고 풋것으로도 사랑받는다. 세계적으로도 향신료로 많이 이용된다. 농가소득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토마토?나라꽃 무궁화 등
유전체 정보 해독에도 참여
"종자회사에 정보 제공 계획"

하지만 병해충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종종 있다. 소독으로 예방하거나 치료하지만, 병저항성을 갖고 있어서 병해충에 걸리지 않는 품종이 개발되면 최선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분자육종이다.

고추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고 병저항성 유전자를 넣어주는 방식으로 질병에 걸리지 않는 고추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국내 독자적 기술로 고추 유전체 정보를 완성했다는 2014년 1월의 농촌진흥청 발표가 주목을 받았다.

경상대 염선인 교수는 이 분야의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결정됐다. 염 교수는 고추 유전체 프로젝트에 연구 계획·전략을 수립하고 총괄하는 주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2014년 3월 Nature Genetics에 게재됐다.

염 교수는 이에 앞서 국제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된 토마토 유전체 분석에 참여해 유전체 분석 노하우를 축적함으로써 국내 유전체 분석 기술 수준 제고에 기여했다. 무궁화의 유전체 정보 분석에도 참여했다.

수상 소감은.
“연구진을 대표해서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고추 유전체 프로젝트는 주저자가 여러 명인데, 그중 이 상의 조건에 맞는 사람이 나 혼자였다. 신인상으로 생각하고 유전체 연구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분자육종이란.
“전통 육종 방법은 교배와 선발을 기반으로 한다. 분자육종은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해 병저항성처럼 원하는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정보를 찾아내 새 품종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육종가의 경험에 의존하는 전통 방법에 비해 효율적이다.”
고추 유전체 프로젝트 주저자로 참여했는데.
“농촌진흥청 주관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의 차세대유전체연구사업단(현재 농생물게놈활용연구사업단) 최도일 교수(서울대)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국내 연구기술로 처음 식물 표준 유전체 정보를 완성한 것이다. 고추는 토마토나 감자 같은 가지과에 속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고추만 매운 맛을 갖게 진화한 과정, 다른 가지과 작물의 3~4배나 되는 거대 유전체를 형성한 이유 등 고추의 특성을 알 수 있게 됐다. 병저항성 같은 유용 형질 관련 유전자군도 비교 분석했다.”
고추 표준 유전체 정보의 완성이 갖는 의미는.
“더욱 우수한 고추 품종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 역병·탄저병·바이러스 같은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을 지닌 품종, 비타민 등의 함유량이 많아 영양학적 가치가 높은 품종, 더 매운 맛을 갖는 등 소비자 기호에 부합하는 품종 등의 육종에 활용될 수 있다. 이미 종자회사에서 고추 표준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토마토 유전체 분석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8년간 14개 국가에서 322명의 연구진이 참여했으며, 2012년에 Nature에 논문이 게재됐다. 국내에서는 서울대연구팀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참여, 12개 염색체 중 2번 염색체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토마토 유전체 완성에 기여했으며, 유전체 분석 노하우를 획득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고추 유전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고 생각한다.”
작물 유전체 분석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육종에는 ‘더’의 개념이 들어간다. 이를테면 ‘더’ 좋은 품질의 작물을 ‘더’ 안정적으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다. 작물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하면 이런 목표를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고추는 탄저병 같은 병으로 평균적으로 해마다 총생산액의 최소 10% 이상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병에 저항성을 갖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NBS-LRR이라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병저항성의 핵심 유전자이다. 이에 세계적으로 어떤 작물의 전체 염기서열 분석이 완성되면 경쟁적으로 병저항성 유전자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대량 분석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현재는 물론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미래에 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병원균에 대한 저항성 유전자들을 확보해 대비하려는 노력을 한다. 고추 유전체 프로젝트는 기존 연구를 응용해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기반으로 식물 유전체에서 이런 유전자들만 분류할 수 있는 분석 방법을 개발하고 고추 유전체를 대상으로 저항성 유전자를 발굴했다. 또 이를 검정하는 단계에서 기존 연구를 통해 NBS-LRR이 대량 발굴 보고된 토마토·감자·애기장대·포도·벼 등을 재분석해 대량 발굴 플랫폼(원하는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한 연구 단계를 나타내는 순서도)이 구축됐음을 확인했다. 이 대량 발굴 플랫폼을 활용하면 고추가 아닌 다른 작물이 갖고 있는 병저항성 후보 유전자도 대량 확보할 수 있다.”
향후 계획은.
“고추 표준 유전체 정보의 활용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른 연구진이 사용할 수 있도록 내병성이나 저항성 후보 유전자를 발굴하고 분자표지를 만들어 제공하려고 한다. 종자회사에도 유전 정보를 가공해 제공할 계획이다.”

김승수 객원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