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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해외 인재 모여드는 ‘아시아 실리콘 밸리’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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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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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2010년 미국도 한국처럼 실업 문제가 심각했다. 당시 미국 전체의 실업률은 10%에 육박했고, 2008년에 시작된 금융위기의 여파로 매달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11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창업을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을 장려하는 ‘스타트업 아메리카’라는 정책을 발표한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올해 초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실업률이 5%로 완전고용에 가까워졌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같은 거대 경제가 매년 1%씩의 실업률을 개선할 수 있던 비결은 뭐였을까.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전세계 인재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여 혁신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적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미국이 다시 ‘창업국가’를 표방하며, 인재들을 미국 사회로 포용하기 위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 것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상상력을 혁신으로 바꾸는 지름길은 무엇일까.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같은 창업 선진국을 들여다보면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매쉬업(Mashup)’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쉬업은 다양한 아이디어의 융합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는 경제활동 인구의 45%가 미국 바깥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미국 전체의 이민자 출신 신규 창업자의 비율도 30%에 가깝다.

 지난해말 반가운 뉴스가 있었다. 미국 동부 최대 창업대회인 ‘매스챌린지 ’에서 한국 스타트업인 ‘온누리DMC’가 매스챌린지상과 보스톤 대학교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한 액셀러레이팅(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지원한 세계 2500여 스타트업중 온누리DMC는 아시아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최종 25개에 선정됐다. 한국 스타트업도 세계에서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국경은 무의미해졌다. 스타트업 역시 창업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실리콘밸리 뿐 아니라 영국 테크시티, 독일 실리콘알레 등 글로벌 창업거점들은 오래전부터 해외의 우수한 인재 유입을 통한 스타트업의 다국적화를 진행해 왔다. 매스챌린지 역시 스타트업 붐 조성 못지않게 해외 인재 유입 목적도 내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도 아시아 권역을 대표하는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유학 온 해외 학생 가운데 국내에서 창업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해외의 우수 창업·기술 인재를 국내 창업 생태계로 유치하고, 한국을 아시아 대표 창업 허브로 도약시킬 적기이다.

  글로벌 창업 인재들이 한국을 창업의 선택지로 결정하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 편히 창업하고 국내외 창업자 간에 교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3만 벤처 창업의 시대, 수많은 국내외 스타트업에게 문호를 열어 상상력과 혁신의 국경 넘나들기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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