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힐러리, 개인 e메일로 극비 기밀 보냈나?

중앙일보

입력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장관 재임 당시 개인 e메일 계정으로 공무를 봤다는 스캔들이 좀처럼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사라지는가 싶으면 다시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문다. 클린턴에게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다.

미 국무부는 시종 일관 "클린턴 전 장관이 어떠한 정보도 부적절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보당국에선 "극비 정보를 다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19일(현지시간)에는 폭스뉴스를 통해 "'극비 정보'보다 더욱 기밀성이 높은 정보가 e메일로 오갔다"는 주장까지 대두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해 'e메일 스캔들'을 조사해 온 찰스 매컬러프 감찰관은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e메일 서버에서 추가로 수십 건의 극비 정보가 담긴 e메일이 발견됐고 그 중 2건은 '기밀 정보'가 포함됐다"며 "기밀정보는 '특별접근 프로그램'의 일부이며 기밀 수준은 '극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도 당국자를 인용해 이를 확인했다.

'특별접근 프로그램' 관련 정보는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이들만 볼 수 있다. 매컬러프 감찰관은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지난 14일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 등에 발송했다고 한다. 사태가 번지면서 '힐러리 기소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선 레이스 첫 관문인 2월 1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2월 9일의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클린턴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클린턴은 사태가 심상치 않자 20일 미 공영 라디오 NPR과 인터뷰를 갖고 "(감찰관이) 기밀 정보라고 주장하는 건 (e메일로) 받은 뉴욕타임스(NYT) 기사"라며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NYT기사가 어떻게 기밀 정보로 둔갑하느냐"고 일축했다.

그는 "뭔가 의도가 있는 세력이 (허위 사실을) 흘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클린턴 캠프 측은 매컬러프 감찰관이 개인적 불만으로 클린턴 후보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클린턴 후보는 "난 이 문제를 법무부의 프로들에게 맡겨 둔 상태"라며 "내가 e메일을 보내거나 받은 어떠한 정보도 당시에는 기밀이 아니었다는 진실은 변한 게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추후에 기밀로 분류됐을 지 모르지만 송·수신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미 법무부는 문제의 e메일들을 넘겨받아 수사 중이나 기소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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