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눈높이 못 맞춘 어린이 토론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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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신설한 '저요!저요!'(KBS 2TV 수 오후 5시30분)는 어린이 대상으로는 보기 드물게 토론형식을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첫 방송부터 부적절한 주제 선정 등으로 '어린이 눈높이'라는 기획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지난주 첫회의 토론주제는 가수 유승준의 입국 허용 문제. 초등학생 토론자들은 '국민감정죄''공인이기 전에 한 개인''권리와 의무'등 어른 못지 않은 논리로 찬반 의견을 펼쳤다.

방송 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어린이들의 언어구사가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토론자들이 어린이라는 것만 빼고는 기존 토론프로와 차이가 없다. 어른들 하는 식으로 토론하는 것이 너무 부자연스럽다"는 부정적 의견이 다수다.

특히 토론주제가 어린이들에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시민권과 영주권, 병역법과 우리 사회 현실,공인의 사회적 책임 같은 사안에 대해 어린이들이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해봤겠는가" "정체성.가치관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주제"등의 의견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이용한 상술"이라는 원색적인 비판도 나왔다.

진행방법도 문제였다. 찬반 양쪽으로 4명씩 나뉘어 산술적 균형은 이뤘지만 양쪽의 지지자로 나선 어른 가운데 유승준의 후원을 받는 사회복지시설의 책임자가 눈물을 흘리며 입국 허용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왔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불공정한 방법"이라는 게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또 진행자가 토론자에게 유승준의 입장을 가정하고 군대에 갈지 말지를 물은 것 역시 토론의 본질을 흐렸다는 의견들이다.

2일 방송될 주제도 '로또복권 열풍'으로 '어린이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다. 녹화를 마친 한 제작진은 "직접 경험이 없는 어린이들이 신문스크랩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로또 복권 판매수입의 사용처와 문제점,외국의 사례까지 철저히 조사해와 토론보다는 연구발표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KBS 오수성 부주간은"주제 선정에 시청자.전문가 의견을 들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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