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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보울은 내꺼야, 흙수저와 금수저의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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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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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브래디(左), 페이튼 매닝(右)

미국프로풋볼(NFL)의 전설이 맞대결을 펼친다. 열 일곱번째 ‘브래디-매닝 보울(Brady-Manning Bowl)’. 미국 전역은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다.

아메리칸 챔피언십서 붙는 필드의 사령관
브래디, 전체 199번째 지명 받은 무명 선수
팀 위해 연봉 삭감…4번 우승 트로피 들어
풋볼 명문가 매닝, 아버지·동생도 올스타 출신
1순위 입단해 5차례 MVP 받으며 승승장구

NFL을 대표하는 쿼터백 페이튼 매닝(40·덴버 브롱코스)과 톰 브래디(39·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오는 25일(한국시간) 콜로라도주 덴버의 스포츠 어서리티 필드에서 열리는 2015시즌 아메리칸풋볼컨퍼런스(AFC) 챔피언십에서 맞붙는다. 승자는 다음달 8일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수퍼보울(Super bowl)에 진출한다.

두 선수는 지난 2001년 이후 16차례 만났다. 브래디가 11승 5패로 우위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네 차례 격돌해 2승 2패로 막상막하다. 가장 최근에 만난 건 2014년1월 열린 AFC 챔피언십. 당시 경기에서는 매닝이 덴버의 승리(26-16)를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정규시즌에서도 두 선수의 대결이 예고됐다. 이 경기를 앞두고 티켓 거래 시장(Secondary market)에서 400달러 대에 거래되던 티켓 평균 가격은 배 가까운 719.28달러(약 87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매닝이 결장하면서 둘의 대결을 성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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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노장 매닝은 부상을 달고 산다. 2년 전 목 부상으로 은퇴설에 시달렸고, 올 시즌에는 발목 부상으로 정규시즌 16경기 중 6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덴버는 매닝이 빠진 경기에서 ‘후계자’ 브록 오스와일러(26)를 앞세워 4승 2패를 거뒀다. 그러나 게리 쿠비악(55) 감독은 매닝의 풍부한 경험에 기대를 걸고 플레이오프 주전으로 발탁했다.

18일 피츠버그 스틸러스와의 디비저널 플레이오프에서 매닝은 침착한 플레이로 팀의 승리(23-16)를 이끌면서 2년 만의 리턴매치를 성사시켰다. 지난 시즌 챔피언 뉴잉글랜드는 하루 앞선 17일 캔자스시티 치프스를 27-20으로 물리쳤다. 브래디는 이날 42번의 패스 시도 중 28번을 정확하게 연결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은 '필드 위의 사령탑(field general)'이라는 별칭답게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넓은 시야, 게임의 흐름을 읽는 눈, 판단력, 강한 어깨를 두루 갖춰야 한다. NFL 연봉 랭킹 상위 10명 중 8명이 쿼터백인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특히 단기전에서 쿼터백의 중요성은 더 크다. 쿼터백의 한순간 판단이 팀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조 몬타나(60·은퇴)를 잇는 최고의 쿼터백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확한 패싱 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렇다고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다. 미국의 통계조사기관인 해리스 폴은 지난달 31일 '위대한 스포츠 스타’ 설문 결과를 발표했는데 매닝이 5위, 몬타나가 6위, 브래디는 9위에 올랐다. 그러나 미식축구 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몬타나-브래디-매닝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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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계 서민 가정 출신인 브래디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전체 199번)에 뽑혔다. 당시만 해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흙수저’였다.

 프로 데뷔 첫해 그는 한 경기에 교체 출전한 것이 전부였을 정도로 별 볼일 없던 선수였다. 그러나 빌 벨리칙(63) 감독을 만나 보석으로 거듭났다. 브래디와 벨리칙 감독은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퍼보울 우승 트로피(2001·03·04·14시즌)를 들어올렸다.

강인한 체력과 개척 정신의 보여주는 NFL이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라면 브래디가 이끄는 뉴잉글랜드는 가장 미국적인 팀이다. 팀명(Patriots·애국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뉴잉글랜드 팬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코네티컷·메사추세츠 등 6개 주를 포함하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중심인 보스턴은 미국 독립 운동의 시초가 된 지역이다.


2000년 입단 이후 줄곧 뉴잉글랜드에서만 뛰고 있는 브래디의 2016년 연봉(기본 연봉)은 900만달러(약 109억원). 매닝이 1900만달러(230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과도 비교된다. 그러나 브래디는 뉴잉글랜드에서 은퇴하고자 금전적인 이익을 포기했다. 샐러리 캡(총액연봉상한제)의 여유가 많지 않은 팀을 위해 연봉을 스스로 삭감한 것이다.

이처럼 브래디는 미국인들이 열광할 요소를 두루 갖췄다. 그래서 그를 '미국의 연인'으로 부른다. 지난 2009년에는 톱 모델 지젤 번천(36·브라질)과 결혼해 큰 화제가 됐다.

반면 98년 전체 1순위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에 지명된 매닝은 풋볼 명문가(家) 출신이다. 70년대 활약한 아버지 아치매닝(67)은 두 차례 프로볼(올스타전)에 뽑혔다. 동생인 일라이 매닝(35·뉴욕 자이언츠)도 세 차례 올스타전(수퍼보울 MVP 2회)을 뛴 스타 쿼터백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부터 ‘풋볼천재’로 명성을 떨쳤다. 프로 입단 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아버지의 후광을 지독한 노력으로 극복해낸 것이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서 다섯 차례(2003·04·08·09·13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고도 플레이오프에선 약한 징크스(수퍼보울 MVP 1회)를 갖고 있다.


브래디와 매닝은 최고의 자리를 다툰 라이벌이지만 오랜 기간 우정을 쌓아온 절친한 사이다. 최근 금지약물 복용 파문에 휩싸인 매닝을 향해 브래디는 “매닝을 지지한다. 그가 약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옹호했다.

내셔널풋볼컨퍼런스(NFC) 챔피언십은 애리조나 카디널스와 캐롤라이나 팬서스가 맞붙는다. NFC 챔피언십 역시 쿼터백들의 대결이 흥미롭다. 애리조나의 카슨 팔머(37)는 30대 중반 이후 기량이 급성장한 '늦깎이 스타'다.

캐롤라이나의 캠 뉴튼(27)은 '떠오르는 별'이다. 지난 시즌 30터치다운패스(35개)-10러싱터치다운(10개)을 동시에 넘은 NFL 최초의 선수인 그는 잘 던지고, 잘 뛰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2011년 데뷔 첫해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다. 기량이 절정에 오른 올 시즌에는 캐롤라이나를 정규시즌 15승1패(전체 승률 1위)의 무적 팀으로 이끌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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