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14조 건설 프로젝트 발표, 한국 기업 다시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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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업체들은 ‘이란발 특수’ 기대감에 들떠 있다.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되면서 이란이 경제 재건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서다. 실제로 이란 정부는 2020년까지 약 214조원 규모의 대형건설 프로젝트를 발주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설사들 지사 철수 않고 계속 유지
조선·정유·IT·해운도 특수 기대
이란 바이어 90% “한국과 교역 확대”
대장금 시청률 90%, 한국에 호감
한류 관련 소비재도 수출 늘 듯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규모 시장이 다시 열리는 셈”이라며 “신규 사업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수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8000만 명의 자원부국 이란의 돈줄이 풀림에 따라 국내 산업계 전반에 ‘이란 특수’가 예상된다. 가스·정유 플랜트 등 대형 인프라 시설 발주가 늘면서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 기회가 증가하고 이란 내수 시장 활성화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도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한국과 1970년대부터 긴밀한 외교관계를 맺어온 전통적인 우호국가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인 ‘대장금’의 이란 현지 시청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높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란의 경제제재 수혜 업종으로 건설·자동차·정보기술(IT)·소비재생산 업종 등을 꼽았다.

 이 중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건설 업종이다. 이란은 가스·석유자원 부국으로 대규모 가스·정유 플랜트 건설 발주가 많았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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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대림산업 등이 지금까지 91개 사업, 120억 달러 규모(약 14조5800억원)의 공사를 수행했다. 하지만 GS건설이 2009년 수주한 13억9000만 달러 규모의 사우스파 가스개발사업 이후로는 신규 수주가 없었다.

 75년 현대건설을 필두로 대림산업·대우건설·삼성물산·GS건설 등이 이란에 진출해 지금까지 칸간 가스 정제공장 건설 등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이들 업체 대부분이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테헤란 등에 있던 지사를 철수하지 않고 인력을 상주시켜 왔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해외건설은 기술력 못지않게 신용이 중요하다”며 “이란 측과 대형 사업을 수행하면서 깊은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사업 수주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도로·철도 ·공항·항만 등의 토목사업과 주택·빌딩·호텔 등의 건축사업도 함께 발주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도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란의 자동차 판매량이 2011년 170만 대 수준에서 2014년에는 110만 대 수준으로 줄어있는 상황”이라며 “점차 수요가 늘 전망이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전략 등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 업계도 이란 쪽 입찰 정보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유조선·액화천연가스(LNG)·컨테이너선 발주가 잇따를 수 있기 때문에 발주 관련 정보 입수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 업계도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란 제재가 시작되면서 이란 원유를 아예 못 쓰는 국내 정유사까지 있었는데 이번 제재 해제로 예전만큼 이란산 도입 물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화장품 등의 소비재생산 업종이나 전자 업종, 그리고 항공·해운 업종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한류와 관련이 있는 한국산 소비재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이고, 이란과 교역량이 늘어나면 물동량이 증가하니까 항공·해운 분야도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KOTRA가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이란 바이어 521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재 해제 이후 이란 바이어의 90%가 한국과 교역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특수가 당장 나타나는 건 아니다. 해외건설협회 김종국 지역2실장은 “저유가가 두드러진 상황이기 때문에 곧바로 대규모 플랜트 건설 공사가 나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리면서 기업들은 이란과의 거래 전 받았던 각종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당분간 대금 결제 때 달러를 사용할 수는 없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양자적 제재는 유지되면서 달러화 결제가 미국 법령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황정일·문희철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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