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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종로 출마 선언에 박진 "오세훈은 강남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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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서울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새누리당에선 3선을 지낸 박진 전 의원과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인봉 전 의원도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곳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4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친 종로구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며 "지난해 4월 정치 재개를 밝히면서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 쉬운 지역에 가지 않겠다, 상징적인 곳에서 출마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고, 이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곳이 바로 종로"라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종로는 우리 정치사에서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고 선거의 승패를 가름해 왔던 가장 상징적인 곳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새누리당은 유독 종로에서 지난 5년간, 19·총선을 비롯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18대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등 총 4번의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는 아픔을 겪었다"며 "또 야당 대표까지 지내신 5선의 정세균 의원이 다시 출사표를 던진 결코 만만치 않은 곳으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선거의 유불리만 따진다면 저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강조하면서다.

김무성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험지 출마' 요청을 받고 지난 한 달여 간 개인적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면서 "정작 '험지'가 어디인지도 결정되지 않은 채 종로의 유권자들을 찾아뵙는 것도 송구스럽고, 더 이상 결정을 미루는 것은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우리당 예비후보들에게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선 "험지 출마론 그 자체보다 결과적으로 총선에 어떻게 기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며 "원래 선거전략에 있어서 가장 큰, 제1원칙은 상대 진영 후보고, 거기 맞춤형으로 배치해야 하는데 험지출마론이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후 2시 15분쯤 오 전 시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악수를 시작하려는 순간, 박진 전 의원이 지지자들 10여 명과 함께 기자실로 들이닥쳤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이었다. 빨간색 점퍼에 어깨띠를 둘러맨 박 전 의원은 취재진이 몰려들자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종로가 치열해지겠구만”이라며 여유있는 웃음을 보였다.

이를 20m 거리에서 지켜보던 오 전 시장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가서 악수를 하시지요"라는 주위의 제안에도 오 전 시장은 “됐어요”라고 말하곤 기자석을 마저 돈 뒤 밖으로 나갔다. 둘은 결국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박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오 후보는 최근까지 당이 결정하는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는데 갑자기 그 입장 버리고 종로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 표한다"며 "어려운 강북벨트에서 새누리당이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텐데 이는 당의 방침과 전략에 역행하는 행위이고, 개인적으로도 저와의 소중한 의리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이 후보로 나섰던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조직본부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도왔다. 박 전 의원은 "오 후보는 (시장 재직 시절) 당의 반대에도 무리하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실시해 서울시장을 지금의 박원순 시장에 넘겨준 장본인으로 번번이 당의 방침을 어겼다"며 "종로와 아무런 연고도 없고 종로에 별다른 기여한 바도 없이 본인의 정치적 입지만 위한 출마 강행은 새누리당과 종로 주민에 부담과 혼란 줄 뿐"이라며 공격을 이어갔다.

질의응답에선 "당의 방침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후보는 해당행위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에겐 "오 전 시장이 나보러 '강남으로 가시지요'라고 해서 '난 강북 스타일'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은 '강남스타일 아니냐'"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기자회견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종로 구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새누리당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그동안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돼왔던 총선 출마 지역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종로구에 출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른바 ‘험지 출마’ 요청을 받고 지난 한 달여간 개인적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좀 더 어려운 지역에 가서 야당의 거물급 인사를 상대해,수도권 선거 판세를 견인해 달라는 당 대표의 요청을 쉽게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집권 여당의 정치인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안정을 위해 총선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작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험지’가 어디인지도 결정되지 않은 채 종로의 유권자들을 찾아뵙는 것도 송구스럽고, 더 이상 결정을 미루는 것은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우리당 예비후보들에게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해 4월, 저는 정치 재개를 밝히면서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쉬운 지역에 가지 않겠다,상징적인 곳에서 출마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곳이 바로 종로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종로 구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종로는 무엇보다 우리 정치사에서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고 선거의 승패를 가름해 왔던 가장 상징적인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새누리당은 유독 종로에서 지난 5년간,19대 총선을 비롯해 서울시장 보궐선거,18대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등 총 4번의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또한 종로는 야당대표까지 지내신 5선의 정세균 의원이 다시 출사표를 던진 결코 만만치 않은 곳으로,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곳입니다. 선거의 유불리만 따진다면 저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우리당과 당원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서울시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고,적지 않은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는 저의 충정어린 결단임을 감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수도권과, 나아가 전국 선거 판세를 견인하는 종로에서 반드시 승리해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겠습니다.

또 하나 제가 종로를 선택한 이유는 수도 서울의 도심인 종로가 살아야 서울이 살고, 대한민국의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소신 때문입니다. 저는 서울시장 재임기간에도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 자원을 가진 종로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지속적인 정책을 펴왔습니다.광화문과 인사동, 명동을 잇는 관광문화벨트를 조성해 사람과 돈이 몰리고, 도심 상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제가 재산세 공동과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강남북 균형발전 역시 강북의 중심인 종로가 살아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정작 종로는 서울의 심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낙후된 곳이 많고, 도심 상권 역시 정체되어 있습니다. 이제 천만 서울 시민들께서 제게 주셨던 과분한 기대와 사랑, 소중한 시정 운영의 경험을 종로에 쏟아 부어 서울의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견인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종로 구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국가의 안위가 위협을 받고,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의 둔화로 경제는 저성장, 저물가, 저고용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이제는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마저 꺼져 가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할 정치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정작 선거구 하나 확정하지 못한 채 사분오열, 국민들께 실망만 안겨 드리고 있어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정치부터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습니다. 국민들은 자신의 아픔을 함께 보듬고,팍팍한 오늘보다는 그래도 살만한 내일을 열어줄 그런 정치인을 원하고 있습니다. 정치 일선에서 떠나있던 지난 4년, 국가와 우리 사회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오랜 시간 고민해 왔습니다. 성장 일변도의 패러다임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되찾는 정치, 경쟁에서 낙오하고, 경쟁의 대열에 끼어 보지도 못한 분들을 일으켜 세워 함께 가는 ‘상생’과 ‘공존’의 정치가 절실한 때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에 새로운 정치로 응답하겠습니다. 당의 부름과 요청에 총선 승리로 응답하겠습니다. 시장에서 골목에서 마주했던 종로 구민 여러분의 한숨에 구호가 아닌 정책과 실천으로 응답하겠습니다.

오세훈의 선택을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박진 전 의원 기자회견 내용>

종로의 아들 박진입니다.

오늘 주말에 이렇게 인사 드리게 돼 반갑습니다. 방금 전 오세훈 시장 종로 출마 발표하였습니다. 오세훈 후보는 최근까지 당이 결정하는대로 따르겠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그 입장을 저버리고 종로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오세훈 후보의 종로 출마는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습니다. 오히려 당의 총선 승리에 역행하는 행위입니다. 이 어려운 서울 강북지역에서 강북 벨트에서 우리 새누리당이 한 석이라도 확보를 해야 총선에 승리할 수 있을텐데 당의 방침과 전략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오세훈 후보는 저와의 소중한 의리를 저버렸습니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저는 조직 본부장을 맡아서 오세훈 후보를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 종로 출마를 강행한 것을 보면서 측은하고 허탈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오 전시장은 번번이 당의 방침을 어겼습니다. 당과 당원에게 심각한 피해줬습니다. 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시장직 걸고 무상급식 주민 투표를 실시해서 서울시장을 뺏기고 지금의 박원순 시장에게 넘겨준 장본인입니다.

종로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고 종로 위해서 별다른 기여 한 바도 없는 본인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출마 강행하는 것은 새누리당과 종로 주민에게 부담과 혼란만 주는 행위입니다. 당의 요청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후보에게 정치의 요람이자 정치 일번지인 종로 맡길 수 없습니다.

종로는 종로를 위해 헌신할, 종로 출신 큰 일꾼을 원하고 있습니다. 저 박진은 종로에서 태어나 자라고 종로에서 잔뼈가 굵고 종로에서 공부하고 종로에서 3선 의원 일했고, 지금도 종로에 살고 있고 뼈를 묻을 사람입니다.

저는 종로에서 16·17·18대 내리 삼선했습니다. 종로에서 당선된 뿌리깊은 종로의 아들입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꺾고 당선됐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종로에서 3선 의원으로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던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 경선과 본선에서 반드시 필승해서 종로구민의 자존심 지키겠습니다. 정세균 후보 꺾을 수 있는 지역적 기반과 본선 경쟁력 가진 탄탄한 후보는 저 박진입니다.

제가 자체 여론 조사를 한 결과 저와 오세훈 후보가 모두 민주당 정세균 후보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당에서 한 여론조사도 동일한 결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세훈 후보가 종로에 출마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것은 서울에서 의석 한 석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종로는 저 박진, 종로의 아들에게 맡기고 오세훈 후보는 마땅히 당의 방침에 따라 전략적 지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습니다. 종로는 종로 주민들을 위한 정책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지 대권 위한 정거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유미·현일훈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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