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기업 GE 인수한 ‘중국의 잭 웰치’ 저가 이미지 벗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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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호 18면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품에 안았다. 인수 금액은 54억 달러(6조5000억원)다. 1878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GE 가전사업부는 현재 월풀·삼성전자 등에 밀려 점유율 5위권에 머물고 있다. 블룸버그는 “값싼 냉장고를 파는 하이얼이 8500달러(1000만원)짜리 냉장고를 만드는 100년 넘는 회사(GE)를 인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이얼의 장루이민(張瑞敏·67) 회장은 공교롭게도 ‘중국의 잭 웰치(전 GE 회장)’라고 불린다. 잭 웰치처럼 빠른 판단력과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회사를 키웠다. 1949년 중국 산둥성(山東省) 칭다오시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국영기업 공장에 취직했다. 35살이던 84년 그는 중국 칭다오의 작은 냉장고 공장을 인수하고 87년 이름을 하이얼(海?)로 바꿨다.


그는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실적대로 월급을 주고, 그 순서대로 승진시켰다. 불량 냉장고 76대를 부순 사건은 그를 중국 내 유명 인사로 만들었다. 당시 냉장고 한 대 가격은 직원 스무명의 월급과 같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그를 “자본주의 국가의 기업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사람”으로 표현했다.


하이얼은 중국에서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세계 3위 업체로 올라섰지만 해외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다. 앞으로 장루이민은 GE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하이얼이 ‘저가 중국 가전’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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