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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공룡을 부탁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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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정호 기자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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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무슨 초식공룡이 닭을 키워?” 영화를 보고 나온 아들이 트집을 잡았다. 맞는 지적이다. 그런데 영화는 영화다. 6500만 년 전 우주에서 날아온 대형 운석이 지구를 살짝 비켜나가는 설정부터 허구 자체다. 덕분에 공룡은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는다. 밭을 갈고, 소도 키운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The Good Dinosaur)’의 얼개다. 겨울방학 특수를 맞아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 ‘히말라야’ ‘내부자들:디 오리지널’ 등과 흥행 선두를 다투고 있다. 문화 콘텐트 공룡의 힘이다.

 할리우드는 공룡의 잠재력을 일찍이 알아봤다. 유전자를 복제해 거대공룡을 만든다는 ‘쥬라기 공원’이 대표적이다. 1993년 1편의 성공으로 시리즈로 제작됐다. 지난해 개봉한 4편 ‘쥬라기 월드’는 역대 전 세계 박스오피스 4위(약 20조원)를 기록했다. 캐릭터·문방구 등 부가상품도 줄을 이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 또한 ‘쥬라기 공원’이다. ‘굿 다이노’ 경우에도 장난감·그림책이 쏟아졌다.

 문화가 산업, 곧 돈인 시대다. 공룡은 그 가장 앞줄에 서 있다. 거대한 몸집, 막강한 파워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확장시킨다. 최근 세계 최초로 발견된 육식공룡의 구애행위 화석도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암컷의 선택을 받으려고 춤을 추고, 뒷발로 땅을 긁는 수컷 공룡의 당찬 몸짓이 처음으로 규명됐다. 앞으로 나올 애니메이션이나 다큐멘터리, 공룡 서적에 프러포즈 장면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발굴은 한국의 문화재연구소와 미국의 콜로라도대가 주도했다. 그 산업적 가능성에 우리가 새롭게 눈을 뜰 동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돈을 세는 데는 역시 미국이 빠른 모양이다. 콜로라도대 측은 이번 뉴스의 온라인 광고효과가 15억8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7~11일 닷새간 뉴욕타임스·허핑턴포스트 등 여러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은 네티즌(22억2000만 명) 총계에 근거한 수치다.

 우리도 공룡의 문화경제적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쌍문동에 둘리 뮤지엄이 개장했고, 올 4월에는 네 번째 고성국제공룡엑스포가 열린다. 하지만 1993년 태어난 ‘아기공룡 둘리’ 이외에 내세울 만한 대표선수가 없다. 고성·화순 등 공룡 화석지가 100여 곳이나 있는 ‘공룡의 왕국’이었는데 말이다. 올 8월 중국과 동시 개봉 예정인 3D영화 ‘점박이2:한반도의 공룡’에 기대를 걸어본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