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자협회가 勞組대변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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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일보는 기획시리즈 '지금은 노조시대'가 한국기자협회로부터 받은 제153회 '이달의 기자상'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한국언론의 지향점이 어느 한쪽의 편향성이 아니라 진실 추구에 있음을 천명하며 우리의 수상 반납이 언론인들로 하여금 작금 한국 언론계의 좌표를 냉정히 살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약 50일간의 취재기간을 거쳐 12회에 걸쳐 연재한 '지금은 노조시대'는 다섯명의 기자가 투입돼 취재원만도 연인원 수백명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기획물이었다.

지난달 26일 시상식에서 "일부 심사위원의 '친기업적'이라는 반대의견도 있었으나 '신문은 다양한 시각을 보여야 한다''기사 완성도가 높다'는 견해가 우세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는 심사평은 이 상이 심사위원들의 충분한 논의 끝에 선정됐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뒤늦게 한국기자협회가 회장 명의로 수상자 선정이 잘못됐다는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는 한국기자협회가 언론노조를 비롯한 여러 친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상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협회의 태도는 특정 세력을 대변하는 올바르지 못한 것이었다.

1965년에 창립된 한국기자협회는 국내 유일의 기자 직능단체로 언론자유 수호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암울했던 군사독재시절 한국기자협회가 끈질기게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투쟁해 왔던 업적을 우리는 높이 평가한다.

이제는 노조도 거대한 권력이다. 그 권력의 실체를 파헤치는것 또한 언론의 역할이다.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언론의 노력은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도 훼손될 수 없으며, 어느 특정 이익집단의 이해와 맞물려 폄하될 수도 없다. 기자는 노동자의 편도, 기업 편도 아닌 언론인 자신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