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궁지 몰린 양대 노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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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 종전의 투쟁 수위에 비하면 바뀌어도 크게 바뀐 셈이다.

6월 28일 철도노조 파업에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했을 때만 해도 노동계는 격앙된 분위기였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던 정부가 갑자기 강수를 두고 나오자 크게 반발했던 것이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30일 낮까지만 해도 "정부가 친자본 쪽으로 돌아선 이상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명백한 '대화와 타협'에 대한 유린이며, 노동자에 대한 전면전 선포로 간주한다"며 공권력 투입을 비판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철도노조가 물러설 조짐을 보인 이상 상급단체가 강경 투쟁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산별체제를 지향하던 양대 노총으로는 큰 장벽에 부닥친 것이다.

이 같은 상급단체와 단위노조 간의 온도차는 철도와 같은 공공부문뿐 아니라 다른 사업장에서도 잇따라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자동차 노조가 2일 예정됐던 전면파업을 거두기로 한 데다 산별체제 전환도 부결했다. 최대 강성 노조인 현대차 노조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사업장에 적잖은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노동계는 노동운동의 방향을 대(對)정부 투쟁으로 바꿔 정부의 강공에 맞설 태세다. 당장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 등 지도부 20여명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현 정부 들어 지도부의 철야농성은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또 2일로 예정된 금속노조의 파업을 독려하는 한편 화물연대와 보건의료노조의 쟁의행위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그동안 각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임단협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나 있던 민주노총으로서는 큰 자세변화다. 민주노총의 초조함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철도노조는 30일 오후부터 방송 등을 통해 파업 철회 보도가 이어지자 홈페이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라"고 통지했다.

노조는 또 "일부 언론에서 노조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파업 철회를 위한 '휴대전화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는 내용도 유언비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역시 "이날 저녁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이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했다고 거짓선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으로의 관심사는 화물연대와 보건의료노조의 행보다. 이들은 작업거부나 파업을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파업 이후에도 이 같은 공세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각 단위사업장 노조원들의 결속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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