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박제화하지 말아주세요" 단원고 교실 존치 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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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2학년 7반 교실.

“박물관의 전시품처럼 (아이들을) 박제화하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 관련 4·16연대 공감위원회 오지숙 공동위원장의 말이다. 오 위원장은 8일 오전 11시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의 교실을 그대로 보존해 기억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기억을 박제화할 게 아니라 기억을 현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416가족협의회 오홍진(고 오준영 군의 아버지)씨 등 세월호 침몰 사고 때 숨진 학생들의 가족 10여 명과 4·16연대 등 50여 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12월 경기도교육청은 어떠한 경우에도 가족들의 동의 없이는 4·16 교실을 치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도교육청과 안산 단원고 측은 학교 교문 앞을 지나는 왕복 2차로의 곡선도로 구간 300여m를 맞은편 공원 쪽으로 옮겨 직선화하고 기존 곡선도로 부지 위에 새로운 건물을 세워 추모관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회에서도 학교 밖에 추모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산시도 유가족과 지역주민들의 협의가 있으면 가능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4·16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교실을 절대 옮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라리 추모관을 세울 돈으로 더 나은 환경의 교실을 건립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협의회 김종천 기록위 사무국장은 “2학년 교실은 ‘(세월호 사고 당시)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획일화된 교육으로 희생된 아이들이 2개월간 머문 곳”이라며 “추모관 세울 돈으로 교실을 짓는 게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4·16교실지키기 시민모임이 1만965명으로부터 받은 ‘교실을 지켜달라’는 서명지를 교육청에 접수했다.

한편 4·16가족협의회는 오는 12일 단원고 생존학생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가족 오홍진씨는 “4명의 아이와 2명의 교사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만 먼저 졸업시킬 수 없다”며 “이들이 모두 돌아 온 뒤에 졸업식을 어떻게 할 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참사 후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잘 버텨내 준 아이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도 남겼다.

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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