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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 사고 현장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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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에서 바닥 선로로 떨어져 입술과 치아를 다친 이모씨의 먼지 묻은 외투.

“한성대입구역에서 성신여대입구역으로 출발한 지 얼마 안됐을 때였어요. 전동차가 ‘쾅’ 소리와 함께 갑자기 멈춰서더라고요.”

6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지하철 4호선 당고개행 사고 전동차에 타고 있던 채모(30·여)씨 얘기다. 본지가 채씨 등 피해자 2명과 그들의 가족 2명을 인터뷰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봤다.

오후 7시30분쯤이었다. 지하철 안은 퇴근길 사람들로 붐볐다. 좌석은 물론 서 있는 사람들도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전동차 안이 빼곡했다. 성신여대입구역을 출발해 전동차가 속도를 막 내려는 찰나였다.

“쾅”

굉음을 내며 전동차가 감자기 멈춰섰다. 서 있는 승객이 반동에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객실 내 등도 대부분 꺼졌다. 어둑어둑한 객실 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고 난 거 아니야?” “거기 누구 없어요? 왜 이렇게 어두운 거예요?”

승객들 대부분이 모두 휴대전화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승객 가운데 누군가는 서울메트로로 전화를 걸었고 119 구급센터에 신고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채씨는 부랴부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지하철 사고가 난 것 같아. 큰 사고는 아닌 것 같으니 걱정은 말구….”

전동차에 달린 비상 마이크에선 “비상마이크를 내려 놓으셔야 방송을 할 수 있단”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을 뿐 안내방송은 없었다. 그 와중에도 “빡- 빡- 빡-”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도 전동차에 퍼지기 시작했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전동차 밖에서 불꽃이 일었다. 채씨가 앉아있던 차량 노약좌석 바깥이었다. 마치 바다가 갈라지듯 사람들이 좌·우 출입문으로 달려들었다. 남자 승객들이 강제로 문을 열었다. 전동차와 선로 바닥 간에 1m 이상 간극이 있었다. 승객들은 침착하게 선로 아래로 내려섰다. 남자 승객들은 여자 승객들이 내려올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줬다.

일부 승객들끼리 밀리는 바람에 경미한 사고도 있었다. 주부 이모(64)씨는 다른 승객에게 떠밀려 바닥 선로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이씨는 입술이 터지고 앞니 3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승객 김모(62)씨도 전동차에서 탈출하다가 왼쪽 발목에 골절을 입었다.

사고 전동차에 타고있던 승객 800여명은 한성대입구·성신여대입구역으로 대피했다. 직장인 이모(26ㆍ여)씨는 “15분 정도 뛰어서 성신여대입구역으로 대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급한 마음에 뛰었는데 넘어진 사람도 있었다”며 당시 다급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이씨는 “터널 안에도 뿌연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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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날 부상자는 총 19명이다. 서울대병원 6명, 고대안암병원 8명, 한전병원 3명, 성바오로병원 1명, 경희의료원으로 1명이 이송됐다. 이 중 15명은 귀가 조치했고 이외 2명은 골절 치료중, 2명은 각종 검사를 받고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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