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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 동맹 … 함께 쓴 소설 하나로 모바일·영화·책 세 마리 토끼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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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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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조선 마술사』를 함께 쓴 이원태씨(왼쪽)와 소설가 김탁환씨. 이씨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기획·연출한 방송사 PD 출신이다.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최근 개봉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처음엔 기사도 정신으로 뭉쳐 무슨 모의를 하나 싶었다. ‘콘텐트 생산 결사’쯤으로 이해하면 좋을 ‘원탁’ 말이다.

PD 출신 이원태, 소설가 김탁환
마산 고향 친구, 공동 기획사 차려
‘조선 마술사’영화 계약 뒤 책 출간
모바일 앱에 연재해 반응 살피기도
이 “세상 급변, 새로운 도전 필요”
김 “눈치 안 보고 악착같이 쓸 것”

원탁이라는 ‘이야기 회사’ 이름에 대단한 뜻은 없었다. 라운드 테이블, 원탁(圓卓)이 아니라 싱겁게도, 구성원의 전부인 소설가 김탁환과 전직 TV PD 이원태, 달랑 두 사람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콘텐트의 지향점인 ‘무블’ 역시 거창한 의미가 담긴 게 아니라 무비(영화)와 노블(소설)에서 한 글자씩 딴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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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선 마술사’의 유승호.

 마산 고향친구로 공교롭게 1968년생인 두 사람, 자신들의 동물 해를 맞아 예감이 좋은 듯했다. 지난해 원탁 설립 후 두 번째로 생산한 콘텐트인 ‘조선 마술사’가 이들의 희망대로 영화·종이 소설책, 심지어 모바일 웹소설로도 가공돼 지금 일반 대중을 만나고 있어서다. 명실상부, 원소스 멀티유스다.

 5일 두 사람을 만나 현황, 계획을 들었다.

최근 출간된 종이 소설책(『조선 마술사』, 민음사)을 보면 공저로 돼 있다. 소설을 같이 쓰다니.
이원태(이하 이)=실제로 한 작품을 번갈아 쓴다. 전체 분량이 10이라면 대체로 5대 5씩 나눠 쓴다. 지난해 발표한 첫 소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이미 써둬 5월에 출간되는 『아편 전쟁』이 그렇다. 『조선 마술사』는 달랐다. 사랑 이야기인데 나는 정말 못 쓰겠더라. 탁환이가 훨씬 많이 썼다.
구체적으로 뭘 하자는 건가. 시장에 먹히는 이야기를 생산해 되는대로 팔자는 건가.
김탁환(이하 김)=영화 기획과 소설 제작 두 가지에 집중 한다. 20년 넘게 소설 쓰면서 내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 쪽에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욋일 정도로 여겨 소극적으로 대응해 오다 원태를 만나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 아이템을 잡아 소설 초고를 완성하면 우리가 영화사에 먼저 접촉해 판권 계약을 타진한다. 소설 출간은 그 다음이다. 그래서 우리 소설 계약에는 다른 작가처럼 영화 제작에 대비한 2차 판권 조항이 없다. 종이책은 인세 계약만 맺는다.

이=특히 『조선 마술사』는 소설 연재 앱인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모바일로 30회 연재했다. 16만 클릭이 넘었고, 댓글이 1만8000개가 달렸다. 카카오페이지는 소설을 기획하던 2010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플랫폼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작품을 함께 써 다양한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는 이런 시도는 ‘세계 최초’인 것 같다.
이=데면데면한 친구 사이였는데 딱 10년 전 싱가포르 여행에서 서로의 이야기꾼 기질을 확인하게 됐다. 사는 동네가 비슷해 자주 만나 소설·영화 얘기를 하다 보니 공동작업을 하게 됐고 결국 회사까지 차렸다.
원탁 소설에 대한 문단의 평가가 높을 것 같지 않은데.
김= 90년대 초반부터 문예지를 중심으로 소설 시장이 돌아간다. 한데 요즘 독자들은 과거처럼 문예지 평론을 참고해 소설책을 선택하지 않는다. 서점 판매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외국소설과 나란히 놓여 경쟁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소설은 판판이 깨진다. 우리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일본, 북유럽의 작가들처럼 다작을 한다. 자주 쓰면 밀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스토리텔링 실력은 는다.
어떤 걸 쓸지 어떻게 결정하나.
김=지금 대중이 어떤 얘기를 원하는지, 어떤 얘기가 필요한지 따져 본다.
『조선 마술사』도 그런 걸 고려한 건가.
 김=천민 광대인 환희와 왕실의 옹주인 청명이 결국 조선땅에 자리 잡지 못하고 한국을 떠난다. 일종의 ‘조선이 싫어서’다.

이=고관대작들은 청나라 비위 맞추기 바쁜데 광대 환희는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독자들은 속 시원하지 않을까.

앞으로 계획은.
김=쓰고 싶은 소재가 있으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악착같이 매달리고 싶다.

이=비슷하다. 과거처럼 과연 될까 싶어 지레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겠다.

글=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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