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 독성 낮추는 토종 박테리아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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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전자현미경으로 본 신종 박테리아 `헤르미니모나스 아르세니톡시던스`. 간균 형태를 보이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박수제 제주대 교수팀이 발견한 이 박테리아는 중금속인 비소의 독성을 낮추는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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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아비산염이 포함된 배지. ql소 산화 미생물이 갈색의 콜로니(colony, 집합체)를 형성하고 있다. 미생물이 처리되지 않은 부분은 노란색을 띄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박테리아보다 중금속인 비소(As) 독성을 저감시키는 효과가 큰 신종 박테리아가 한국에서 발견됐다. 비소는 폐광지역이나 구리·납·아연 등의 제련소 주변에서 주로 검출된다. 간·신장·피부 등에 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로 비소가 오염딘 토양에서 재배된 먹거리 섭취를 통해 인체에 들어올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박수제 제주대 교수팀, 광물찌꺼기서 발견
기존에 발견된 박테리아보다 높은 농도의 비소혼합물 산화

국립생물자원관은 "박수제 제주대 교수팀과 함께 고농도 비소가 함유된 광물찌꺼기에서 신종 박테리아를 최근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광물찌꺼기란 채굴된 광물 중 유용한 것을 골라낸 뒤 남아서 버리게 되는 폐기물을 일컫는다. 생물자원관은 "이 박테리아는 그간 비소 독성을 저감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박테리아보다 두 배 수준의 비소 농도에서도 활동하는 등 독성 저감 능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비소는 자연환경에서 산화돼 아비산염·비산염 등 비소혼합물 형태로 존재한다. 이중 아비산염은 비산염보다 물에 녹는 용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서 독성이 20∼60배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종 박테리아는 약 1200 ppm(mg/kg) 의 아비산염을 같은 양의 비산염으로 산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기존에 발견된 박테리아는 약 600ppm의 아비산염을 산화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신종 박테리아는 이보다 두 배 농도의 아비산염에서도 산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신종 박테리아는 수소이온농도(pH) 3.8으로 산성이 높은 환경에서 분리돼 비소에 내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물자원관과 박 교수팀은 신종 박테리아를 ‘헤르미니모나스 아르세니톡시던스(Herminiimonas arsenitoxidans)'로 명명하고 이 박테레아에 대한 특허출원 중이다.

미국에선 펜실베니아 주립대 연구팀이 2009년에 이번 박테리아와 같은 속(genus)에 속하는 극한미생물인 '헤르미니모나스 글라시에(Herminiimonas glaciei)'를 그린란드의 빙하 3㎞ 아래에서 발견한 적이 있다. 극한미생물은 고온·강산·강알칼리·고염도 등 극한 환경조건에서 생식하는 미생물이다.

김상배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신종 박테리아를 활용하면 폐광지역이나 제련소 등 산업단지의 비소 오염 토양에서 위해성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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