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대연정 불발 때 탈당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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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11일 저녁 청와대에서 만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지난해 대연정을 제안한 이후 당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당시 당 지도부에 탈당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며 "당시 반대가 심해 못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 간담회에서다.

이날 만찬의 한 참석자는 "노 대통령이 만찬에서 역대 정부 후반기에 오면 대통령이 당을 떠나는 일은 다 있었던 일이 아니냐며 그럴 때가 가까이 됐다고 지난해부터 생각했었고, 대연정 때문에 지지율이 내려갈 때 그런 얘기를 당 지도부에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지금도 심각하게 (탈당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와 5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고도 말해 참석자들이 극구 만류했었다"고 덧붙였다.

일부 참석자들의 이같은 전언에 대해 청와대의 김만수 대변인은 그러나 "대통령의 이날 언급을 지금 탈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맥락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 이후엔 탈당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시민 의원의 장관 후보 지명과 관련한 '차세대 지도자 육성'논란에 대해서는 "차세대 지도자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당의 공식 선거에서 선출된 공인된 과정을 기준으로 그 정도 수준에 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름의 충정에서 했던 말인데 이것이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여졌다"고 해명했다.

개각을 둘러싼 당정 간의 마찰에 대해서는 "인사문제는 당정 간에 상호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세균 의장의 입각 문제는 다소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인사말에서 "외국을 봤는데,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해) 당에서 공식적 협의를 요구하는 그런 일은 없는 것 같고 인사에 대한 불만과 불평은 동서고금 다 있는 일 같다"고 말했다. 참석한 한 여당 의원은 "대통령과 우리 사이에 (개각에 대해서는) 인식의 격차가 너무 컸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당정관계에 대해 "당정협의를 통해 당이 주도하는 관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당이 정부를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는 당을 존중하고 당의 의견을 구해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바람직한 당과 정부 간의 관계를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여당의 임의 당원 모집 파문도 거론하며 "당비 대납사건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창당 정신에 역행하는 것으로 당이 천명한 대로 원칙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 "불만이지만 지켜볼 것"=초.재선 서명파 의원들은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향후 행보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안영근 의원은 "서로 간에 확실한 제동장치를 갖고자 했던 것인데 좀 불만"이라며 "당의 의견을 묵살한 유시민 의원의 기용에 대해선 대통령의 사과가 분명히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정치 관련 언행을 줄이고 서민을 위한 따뜻한 애정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장선 의원은 "중요한 것은 당 지도부와 대통령이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것을 통해 안정적 국정 운영 기반을 마련한 것인지 여부"라며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우리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 대통령도 어느 정도 공감한 것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서명하지 않은 의원들은 "이제 불필요한 논쟁을 끝내자"는 입장이 많았다. 한 재선 의원은 "이제 대통령 말을 존중해야지 어떻게 하겠느냐"며 "앞으로 당 스스로 자주성을 가지고 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파 의원들은 12일 별도모임을 열기로 했다.

최훈.김정욱.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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