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에세이] 일본판 '유시민 의원' 다케나카 총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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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9월에 자민당 총재, 즉 총리를 새로 선출하는 일본 정치권에서 차기 후보로 급부상하는 인물이 있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총무상이다. 그의 차기 후보설을 접하는 일본 사람은 대부분 "설마 그럴 리가"라는 1차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그러다 결국에는 "그러고 보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이미지와 제일 잘 어울린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다케나카 총무상은 일본 정치권에서 이단아로 불린다. 국회의원이 된 지 1년5개월밖에 안 되는 초선 의원이라 변변한 자기 세력도 없다. 게다가 다케나카는 이제껏 총리를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참의원 소속이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관방장관,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등 쟁쟁한 경력의 '빅4'후보들과는 일단 상대가 안 된다.

하지만 그에겐 가장 큰 강점이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전폭적 신뢰다. 한마디로 그와 노선이 정확히 일치한다. 그럼 면에서 다케나카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비슷한 점이 많다. 먼저 두 사람 다 여당에서조차 미움을 받는 존재다. 다케나카 총무상은 과감한 금융개혁을 밀어붙이던 금융상 재임 기간 중 여당 의원들의 표적이 됐다. "아무것도 모르는 선생님(다케나카는 학자 출신임)이 마구 파헤치기만 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것이 정치적으로 크는 계기가 됐다. 직설적 화법과 공격적인 스타일도 비슷하다. 다케나카 총무상은 조금이라도 고이즈미 노선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는 인사들에 대해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개혁 저항세력"이라고 몰아세운다.

일본 언론에서도 "따져 보면 최근 몇 대에 걸쳐 총재 선거 3개월 전까지 유력시되던 인물이 실제로 총리가 된 예가 없다"며 '다케나카 후보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비록 다른 정치체제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스타일의 두 사람이 어떤 결과를 얻을지 두고 볼 일이다.

김현기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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