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단단해진 기아차 광주 공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난해 11월 가동률 98%를 기록할 정도로 분주하다. 이 공장 스포티지 조립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차체에 도어를 달고 있다. [광주=김태진 기자]

10일 오후 5시 기아차 광주(光州) 2공장 스포티지 조립라인. 컨베이어 벨트 주변에 늘어선 작업자들이 익숙한 동작으로 도어를 달고 접합 이음 새를 검사하고 있다.

부품을 실은 카트는 잔업 시작시간(6시) 이전에 물품을 채워놓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스포티지 1대를 생산하는데 시간은 불과 1분 40여초. 직원들은 하루 20시간씩 토요일.공휴일까지 특근을 하며 밤낮으로 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래도 수출을 포함해 3만대의 주문이 밀려있다. 국내에서 차를 사도 한 달 반 이상 기다려야 자동차 열쇠를 받을 수 있다.

광주공장은 스포티지가 생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고전했다. 회사의 전신인 아시아자동차때 군납과 트럭을 만들었으나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2004년 8월 출시된 스포티지는 광주공장의 분위기를 확 바꿔 놓았다. 이 차는 월 1만5000대(수출 포함) 판매되는 효자 차량이다. 경쟁차인 현대차의 투싼을 밀어내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부문의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기아차 공장 가운데 가장 높은 가동률 98%를 기록했다. 이달에는 99%에 도전한다. 자동차업체로 쉽지 않은 목표다.

조립2부 강성진 주임(47)은 "광주공장 임직원은 호남권 출신이 97%"라며 "회식자리에서는 형님.동생으로 서로를 부르는 등 팀웍이 뛰어나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터졌던 노조 간부의 채용비리 상처도 거의 아물었다. 지난해 1월 입사한 하대진(28)씨는 "채용비리의 얼룩은 최고의 품질로 지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공장의 품질수준도 크게 나아졌다. 작업자 한 사람당 매월 한 건씩 작업효율을 올리는 제안을 한다. 조남일 공장장은 "1990년대 군수용 트럭을 생산하던 노후시설을 최첨단 공장으로 만드는데 최근 3년간 1조원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이 공장에 들른 정의선 사장은 팀장급 60여 명과 회식을 하며 "광주공장에서 카렌스 후속(UN) 모델을 생산하는 등 기아차의 첨단 공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UN을 생산할 1공장에는 현대차의 앞선 공장인 아산공장과 맞먹는 자동화 설비를 갖췄다. '프레스-차체-도장-조립'으로 이어지는 공정이 1㎞ 길이의 직선라인으로 연결돼 있다. 생산운영 1팀 박정식 차장은 "아시아차 시절과 비교하면 공장이 천지개벽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