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덩치 불리기 2012년에야 시동

중앙선데이

입력 2016.01.03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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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호 18면

시장 규모는 세계 1위지만 세계 1위 기업은 없다.


면세점 시장 규모에서 한국은 2012년 영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2013년 기준 한국의 면세점 시장 규모는 63억3600만 달러(7조4600억원)에 달해 2위인 중국(42억2900만 달러), 3위인 미국(35억5400만 달러)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 가운데 면세점 시장 5위 안에 드는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영국의 글로벌 관광 유통전문지 무디리포트가 2014년을 기준으로 집계한 순위에 따르면 세계 1위는 스위스 회사인 듀프리(매출 48억5000만 유로), 2위는 미국 DFS(37억5000만 유로)다. 호텔롯데가 33억4600만 유로로 3위에 올랐다. 호텔신라는 7위(18억7700만 유로)에 머물렀다. 면세점 시장은 활황이어도 우리 기업들은 안방인 국내 시장에서만 활개를 치고 있다는 얘기다. 1962년 김포공항에 처음으로 면세점이 들어선 이래 88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최근까지 해외 시장으로 시야를 넓힌 기업은 없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의 일이다. 호텔롯데가 그해 1월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하타 공항 면세점에 진출했고, 미국 괌공항과 일본 간사이공항에 면세점을 열었다. 호텔신라는 2010년 인천국제공항에 세계 최초 루이비통 공항면세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진출했다.


국내 기업들이 보폭을 넓혀가긴 했지만 선발 주자들은 더 빨리 움직였다. 저비용항공사(LCC) 확대와 국가 간 이동 증가로 글로벌 면세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듀프리는 2014년 스위스 업체 뉘앙스(17억 달러)를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 3월엔 세계 5위인 월드듀티프리(WDF) 그룹까지 인수했다. 2위 DFS와의 격차를 2배로 벌리면서 압도적 규모의 ‘매머드 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면세점은 물건을 직접 매입해 재판매하는 방식이라 몸집을 불릴 수록 구매협상과 재고 관리에 유리하다. 호텔신라가 지난해 미국 항공기 면세사업자인 디패스를 인수하고, 불발에 그쳤지만 호텔롯데가 WDF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의 급성장도 불안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중국인 해외 여행객은 전년 대비 19% 늘어난 1억39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엔 1억640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여행객이 면세 시장을 좌지하는 큰 손으로 떠오르자 중국 정부는 자국내 소비를 늘리기 위해 이번달부터 외국산 명품 가방과 선글라스 등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자국 내 면세점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업체간 인수합병(M&A) 등 덩치 불리기 경쟁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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