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핀 묘기뒤 버디, 역시! 최경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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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까지도 우승의 향방을 점칠 수 없는 명승부였다.

'검은 탱크' 최경주(33.슈페리어)가 달아나면 '부산 갈매기' 신용진(39.LG패션)이 쫓아왔고, 신용진이 앞서 나가면 최경주가 따라붙었다.

최종 4라운드 정규 18홀만 가지고는 승부를 가릴 수 없어 연장 두번째 홀까지 가는 혈투가 이어졌다. 땅거미가 질 무렵 환하게 웃은 사람은 최경주였다.

최경주는 29일 경기도 이천 백암비스타 골프장(파72.6천4백42m)에서 끝난 남자골프 SK텔레콤 오픈에서 합계 15언더파 2백1타로 신용진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1억원.

9개월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최경주는 2000년 11월 슈페리어 오픈 우승 이후 31개월 만에 국내 대회 정상(국내 통산 9승)에 올랐다.

승부를 가른 것은 결국 '퍼트'였다. 여섯차례나 동타를 거듭한 끝에 최경주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고비 때마다 얼음장 같은 차가움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퍼트를 성공시킨 덕분이었다.

한타 차로 뒤진 17번홀(파4)에서 4m 거리의 파퍼트를 놓쳤더라면 최경주는 두타 차로 뒤져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패색이 짙던 18번홀(파5.5백20m)에서 2.2m 거리의 오르막 버디 퍼트를 넣지 못했다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승부는 연장 두번째 경기가 벌어진 '18번홀'에서 마침내 갈렸다. 신용진이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쳐 파세이브에 그친 반면 최경주는 두번째 샷을 핀 3.1m거리에 떨어뜨린 뒤 천금 같은 버디 퍼트를 컵 속에 떨어뜨려 긴 승부를 마감했다.

최경주는 "아주 힘든 경기였다.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된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을 비우고 샷마다 최선을 다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1995년 US오픈 챔피언 코리 페이빈(미국)은 합계 13언더파로 3위, 양용은(31.카스코).김태복(33.빠제로).박영수(34.미즈노) 등이 11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랐다. 대회는 악천후로 인해 2라운드 경기가 취소돼 1, 3, 4라운드 등 3개 라운드 스코어를 합산해 승부를 가렸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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