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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위안부 합의 성패, 설득과 진정성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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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28일 힘겹게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가 거센 저항에 부딪쳤다.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은 범국민 반대운동까지 벌일 기세다. 한일협정 50주년을 맞아 어렵사리 마련된 관계 개선의 호기가 물거품이 될 판이다.

 이번 합의는 일본 측의 법적 책임 거부와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사전 소통 부재로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이란 명분으로 해묵은 현안이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했던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합의 이후 일본에서 나오는 일련의 발언과 보도들을 보면 아베 정권의 사죄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아베 신조 총리 자신이 “더 이상의 사과는 없다”고 못 박았다는 대목은 충격적이다. 유대인 학살을 저지른 독일은 1970년 빌리 브란트 당시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기념탑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한 이래 총리·대통령이 줄곧 잘못을 빌어왔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적했듯 “사과는 피해자가 됐다고 할 때까지 하는 것”이다.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소녀상의 사전 철거가 보상금 10억 엔의 지급 조건이라고 우기고 있다. 소녀상은 민간단체가 설치한 것으로 정부가 이전을 약속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합의 내용에도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만 돼 있다.

 이뿐만 아니다. “한국 정부가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보류키로 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나 아베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위안부 합의 당일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것도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는 합의 내용 앞에는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확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일본 정부가 약속한 대로 ‘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하지 않으면’ 우리의 성난 시민들이 당장 타결 무효화를 외칠 게 뻔하다. 이번 위안부 합의 성패는 결국 한국 정부의 대국민 설득과 함께 일본의 진정성 여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