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 <607> 영역 넓히는 여군

중앙일보

입력 2015.12.31 00:32

업데이트 2015.12.3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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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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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일훈 기자

 올해로 대한민국 여군이 창설 65주년을 맞았습니다. 그 사이 여군은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습니다. 1950년 400여 명의 여자 의용군으로 시작한 여군은 현재 9785명으로 1만 명에 육박합니다. 초기 보조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이젠 주력 병과에 배치되는 등 ‘금녀(禁女)의 벽’도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여군 1만 명 시대’를 앞두고 여군의 현주소를 조명했습니다. 

독거미부대·조종사·포병장교 … 여군 1만 명 시대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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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군 부사관 후보생이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실시된 분소대훈련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조준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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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부사관 이상 여군은 9785명(하사~준장)이다. 군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 초에는 여군 1만 명 시대가 열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군 인력은 장군 2명에 영관급 737명, 위관 3759명, 원사 23명, 상사 433명, 중사 2141명, 하사 2690명이다. 국방부는 현재 전체 군(사병 제외)의 5.3%인 여군 비율을 오는 2020년까지 7%로 늘릴 계획이다.

‘금녀의 벽’허물고 전 병과에 속속 배치

국방부는 올해 1월 1일부로 각 군의 모든 병과를 여군에게 개방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송영근(새누리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군 병과별 여군 배치현황’을 보면 육군(13개), 해군(10개), 공군(13개) 전 부문에 여군이 배치돼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병대 포병 병과에만 아직 여군이 배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 군별로 살펴보면 육군은 최근 여군에게 전방부대 분·소대장 임무를 맡기기로 했다. 육군 당국자는 “그동안 전방 부대를 제외한 후방 지역을 중심으로 여군 지휘관을 배치해왔다”며 “여군 병력이 1만 명 수준으로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여군도 전방 사단에서 지휘관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육군은 지난해 여군 포병장교를 최초로 배출했다.

 해군에선 현재 130t급 고속정 지휘관으로 3명의 여군이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엔 해상 작전헬기(링스) 여군 조종사도 배출했다. 해군 당국자는 “2020년쯤 3000t급 잠수함(장보고-Ⅲ)이 도입되면 잠수함에도 여군 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엔 해병대 사상 처음으로 전투부대 여군 중대장과 여군 헌병대장이 각각 배출됐다. 같은 해엔 여군을 최초로 해외에 파병(이라크 자이툰 부대)하기도 했다. 현재 서해 최북단 서북도서 지역에는 여군 30여 명이 조국 수호의 중책을 맡고 있다. 공군은 최근 첫 여군 비행대장을 2명(장세진·한정원 소령) 배출했다.

앞서 지난 1월 첫 여성 작전포대장이 취임했다. 2002년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에 이어, 2004년엔 첫 여성 헬기 조종사가 나왔다. 여성 전투기 편대장은 2007년에 탄생했다.

테러 진압 선봉 나서는 육군 최정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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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장교 후보생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방부·국방일보]

여군으로만 구성된 특성화부대도 있다. 여군 특공대가 대표적이다. 1991년 창설된 육군수도방위사령부의 독거미부대 특임중대는 테러가 발생할 경우 선봉에 투입되는 육군 최정예 부대다. 육군 전체에서 사격·체력·무도실력이 출중한 여군 10여 명을 선발해 집중훈련을 시키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원들은 평시에는 테러 진압 훈련을 하거나 여성 VIP 경호 등을 맡는다”며 “대테러 상황이 발생하면 간호사 등 일반 여성으로 가장해 내부 상황을 파악하거나 테러범을 직접 제압하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강인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하루 5㎞ 이상을 뛰고 강도 높은 기초훈련을 받는다. 공수기본훈련 역시 필수다. 정예 특수 요원인 만큼 선발되기도 쉽지 않다. 경쟁률은 평균 20대 1이다. 전 부대원은 태권도·유도·합기도 등 무술 유단자들이다.

 89년 창설된 여군의장대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군 관계자는 “여군의장대는 외국 귀빈들을 가장 먼저 맞는 대한민국 국군의 얼굴”이라며 “패기까지 갖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장대대 소속인 여군의장대원들은 매일 6시간씩 훈련을 한다.

군 관계자는 “한 달에 7켤레씩 장갑을 바꿀 정도로 훈련강도가 세다. 이는 의장대로서 절도있는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군의장대원이 되기 위해서는 신장 165㎝, 양안 시력 1.0 이상의 신체조건을 갖춰야 한다. 전입 후부터 4주간의 기본 제식훈련과 3개월간 강도 높은 집총 및 칼라카스(깃발을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군무) 동작훈련을 하고 임무와 관련된 교육을 받는다. 여군의장대 관계자는 “전통무예 시험을 보일 정도로 군인으로서 강한 전투력도 충분히 함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사 49.5대 1, 해사 60대 1 경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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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15비 256대대 한정원 소령이 수송기(CN-235) 조종석에서 웃고 있다. [사진 국방일보]

여성들의 군입대 경쟁도 갈수록 뜨겁다. 육군 관계자는 “내년도(2016년) 육군사관학교 입학생은 모두 310명이다. 이 중 여학생은 30명으로 49.5대 1의 경쟁을 뚫고 최근 선발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쟁률은 지난 98년 육사가 여학생 입학을 허용한 이후 최고치다. 17명을 뽑는 해군사관학교는 60대 1, 18명을 선발하는 공군 역시 69.2대 1의 경쟁률을 보여 모두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군 관계자는 “장기 복무시 직업의 안정성과 여성의 도전정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쟁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둘째 딸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손녀인 최민정(24)씨가 해군장교 임관 후 해외 파병을 거쳐 중위로 승진해 이목을 끌었다. 최 중위는 지난해 11월 해군사관후보생 117기로 임관해 지난 6월 말부터 청해부대 19진 충무공 이순신함(4400t급)에서 전투정보보좌관 및 항해사 직책을 맡아 해외파병 임무를 수행했다. 군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사회 각계각층에서 여군이 되려는 자원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대들도 앞다퉈 학군단(ROTC) 신설에 뛰어들고 있다. 숙명여대(2010년·1호), 성신여대(2011년·2호)에는 이미 학군단이 있다. 최근엔 이화여대를 비롯해 광주여대와 덕성여대, 서울여대 등 4개 여대가 ‘3호 학군단’ 유치를 위해 뛰어들었다. 여성 학군단은 2010년 처음으로 60명을 선발한 후 현재까지 일반대학 학군단 108곳에서 190명, 여대 학군단에서 60명 등 총 250명을 뽑았다. 군 관계자는 “학군단 종합 평가에서 2년 연속 여대가 1위에 올랐다. 여군 학군단 학생이 전체 수석을 차지하고, 육사 수석 졸업을 2년 연속 여생도가 휩쓸 정도로 우수한 여군이 많다”고 말했다.

새 군가 노랫말에 ‘사나이’‘아들’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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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중인 여군. [사진 국방부·국방일보]

여군 1만 명 시대를 앞두고 군은 저변에 깔려있는 남성 중심의 문화개선에 한창이다. 대표적인 예가 군가다. 군은 앞으로 새로 만드는 군가에서 ‘사나이’ ‘아들’과 같은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 사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여군 비중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라며 “앞으로 만드는 군가 가사에선 ‘사나이’ ‘아들’이란 표현 사용을 줄이는 대신 양성평등을 강조할 것”고 밝혔다. 여군 입대자들에 대한 차별적 요소들을 제거해 군의 단결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해 말 특수전사령부를 대표하는 군가로 알려진 ‘검은 베레모’의 가사가 40년 만에 수정됐다. 군 관계자는 “‘검은 베레모’의 가사 중 ‘사나이’ 부분을 ‘전사들’로 바꿨다”며 “특전사에 훌륭한 여전사가 많은데 소외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출산·육아·성희롱 등 고충도 만만찮아

여군의 비중이나 위상이 높아진 것 못지 않게 여군들만의 고충도 적지 않다. 끊이지 않는 부대 내 성희롱이 대표적이다. 권은희 의원(무소속)이 지난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군 대상 성범죄는 2010년 13건에서 2013년 59건으로 늘었다. 군 관계자는 “군은 남성 중심이라는 의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여군을 동등한 전투력을 가진 동료로 인정하는 문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도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군은 “육아를 위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인력문제 때문에 일선에선 마음 편히 이를 신청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장기 복무의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조석희 국방여성정책소장은 “여군의 93%가 장기 복무를 희망하지만 선발 규모는 병과 임관 인원의 50%로 제한되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병역자원 부족과 군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 증가로 여군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군사 전문가들은 “여군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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