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물 건너간 '김덕룡 총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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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함께 보.혁 보완체제로 주목을 받은 김덕룡(金德龍) 총무 추대 카드가 사실상 무산됐다.

金의원 추대에 앞장 섰던 김문수(金文洙).김무성(金武星) 의원 등은 김덕룡 총무 만들기에 온 힘을 쏟았으나 경선출마를 선언한 다른 주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데 실패했다. 결국 이들은 29일 저녁 "추대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金의원 자신도 이날 "김문수 의원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노력하는 게 미안해서 면전에서 거절할 수 없었는데 내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김무성 의원이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애초 총무 선출을 희망한 金의원의 40년 지기 홍사덕(洪思德) 의원의 출마 고수 방침이 결정적 장애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金의원 추대파들은 친구부터 물러나야 명분이 선다는 판단 아래 洪의원 설득에 가장 공을 들였다.

그러나 洪의원 측은 "金의원이 지리산으로 떠나며 洪의원에게 '총무에 등록하라'고 전화했었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른 주자들 즉 박주천(朴柱千).안택수(安澤秀).임인배(林仁培)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을 하고 金의원의 출마를 결사반대했다.

이들은 이번 일을 "구시대적 낡은 작태"라며 "당권 나눠먹기와 탈당방지 차원에서 은밀히 진행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崔대표가 당권 레이스에 나섰던 金의원을 설득, 나중에 총무로 밀기로 하고 몰래 도움을 받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특히 林의원은 "추대 의원들이 金의원을 대신해 후보등록을 마친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당선되더라도 무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金의원이 이대로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확산됐었다.

崔대표도 "내가 金의원을 미는 것으로 일부에서 오해하는 모양인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과정 끝에 金의원 총무 추대는 불발됐다.

이번 파동은 탈당 등 당내 흐름에도 큰 반향을 불렀다. 우선 '김덕룡 총무' 카드로 탈당을 포기할지 모른다던 김영춘(金榮春) 의원 등이 강경해지고 있다.

김영춘 의원은 28일 당내 소장파 의원 등으로 이뤄진 미래연대 모임에 참석, 김부겸(金富謙) 의원과 함께 탈당할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崔대표 체제도 출범부터 삐걱대는 모양이 됐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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