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맛' 불황현장 3제] 공단 주변 "5시에 길 막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지난 25일 오후 5시30분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 안산역 부근 4차선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공단을 오가는 화물차는 한두대에 불과했고 대부분 퇴근길에 나선 승용차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시간대에는 공단 내 기업들이 한창 일할 때라 도로가 넉넉했다는 게 주변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최대 전구.조명기기 생산업체 W사의 한 직원은 이와 관련, "올 들어 공단 내 기업들이 일감이 없어 퇴근 시간을 앞당기거나 야근없이 정시 퇴근하는 근로자 때문"이라며 "우리 회사도 일부 생산 라인 근무자의 퇴근 시간을 6시에서 5시로 한시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인천 남동공단과 서울 디지털국가산업단지(옛 구로공단)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 공단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 기업지원팀 안보광씨는 "지난 5월 말 현재 산하 공단 내 평균 공장 가동률은 80.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단 내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공장 가동률 하락보다 훨씬 더 크다"며 "이렇다 보니 야근을 없애거나 연장 근무를 줄이는 기업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글로벌 사태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업체가 크게 는 데다, 수출.내수부진으로 제품 생산이 위축돼 공단 내 기업들이 근무시간을 많이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시래.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