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대립 끊을 기회 맞은 한·일관계…박 대통령 내년 방일 때 진전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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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타결되면서 양국은 관계 개선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위안부 문제가 그동안 한·일 관계의 최대 현안이자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아베 내년 5월 한?중?일 회의 검토
국내 여론, 일본 보수 움직임 변수

내년에 한·일 간에는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싼 굵직한 현안도 없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한·일 관계가 불신과 대립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 셈이다. 일본 측의 기대도 크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이날 “한·일 관계는 미래 지향의 시대로 발전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로 한·일, 한·미·일의 안보 협력도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일단 국내 여론과 일본의 진정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가면서 관계 발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초점은 박 대통령의 방일이 언제 이뤄질지다.

 이번 위안부 협상 타결의 전기는 지난달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취임 후 첫 회담이었다. 이 회담의 계기가 됐던 한·중·일 정상회의의 내년 주최국이 일본인 만큼 박 대통령의 방일은 돌발변수가 없는 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3월 미국에서의 핵안보정상회의 때 두 정상이 따로 만날 수도 있지만 본격적인 한·일 관계 개선은 박 대통령 방일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아베 내각은 내년 5월의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전후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은 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번 위안부 타결로 한·일 관계가 바로 급물살을 탈 것 같지는 않다. 그동안 과거사·영토 문제 등 갈등의 골이 너무 깊이 파여 있기 때문이다. 당장 위안부 협상에 대한 국내 여론이 변수다. 정신대대책협의회를 비롯한 위안부 관련 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 내 보수세력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 자민당 우파는 청일전쟁 이후의 근·현대사 역사 검증에 나섰고, 여기에는 위안부 문제가 들어 있기도 하다. 한·일 간에는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전략적 시각차도 없지 않다. 일본이 제기하고 있는 한국의 중국 경사(傾斜)론은 한·일 관계 개선의 또 다른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한·일 양국은 국내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안보와 경제, 문화를 축으로 한 교류와 협력 방안을 차곡차곡 쌓아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내년이 국교정상화 반세기의 새 출발점이라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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