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0억원, 일본은 10억원…위안부 기금 규모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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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자금을 출연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기금을 설립하는 방안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이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기금 공동 설립안을 제안할 예정”이라며 “양국 정부가 합의에 이르면 공동 문서 등을 통해 발표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지원 기금 설립에 한국 정부를 관여시킴으로써 위안부 문제의 최종 타결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사히신문은 “2007년 해산된 아시아여성기금의 후속사업을 통해 매년 1000만 엔(약 9700만원) 가량이 피해자들을 위한 의료·복지 지원금으로 지출되고 있다”며 “약 10년분 예산에 해당하는 1억 엔(약 9억7000만원)을 일본 정부가 기금으로 내놓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1억 엔으로 한국이 납득할지 모르겠다. 20억 엔(약 194억원) 정도면 한국이 괜찮다고 할지 모르지만 일본으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덧붙였다.

산케이(産經)신문도 이날 “한국 측이 일본에 20억 엔의 출연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의 요구액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이 1억엔 가량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국 측이 총액 10억 엔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조정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무라야마(村山) 내각 때인 1995년 7월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했다. 한국과 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네덜란드 등 5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과 대만 피해자들에겐 일본 국민들의 기부금으로 마련한 보상금을 1인당 200만 엔(약 1945만원)씩, 의료·복지 지원금을 국비로 1인당 300만 엔(약 2918만원)씩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등이 “일본 정부가 보상금을 국민 기부금으로 충당한 건 국가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002년까지 한국 정부가 인정한 207명의 피해자 중 아시아여성기금의 지원을 받은 사람은 61명에 그쳤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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