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의 시대공감]과도한 해외투자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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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900억 달러 이상으로 사상 최대의 신기록을 세울 것이 확실하다. 1998년부터 18년 연속 흑자이고 2012년 이후 4년 연속 신기록 경신이다. 그 결과 1998년 이후 2015년 10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5376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 기업의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는 제대로 잘 관리되고 있을까 ?

한 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다음의 두 경로로 흘러들어간다. 하나는 중앙은행으로 들어가서 공적외환보유액이 되고, 둘째로는 민간부문인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해외투자로 빠져 나가게 된다. 민간부문인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해외투자는 ①해외 직접투자나 ②해외증권(주식, 채권)매입이나 ③해외대출 등의 형태로 투자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2013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약 3년 동안 경상수지 누적흑자는 2543억 달러였는데 이 기간 중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466억 달러 느는데 그쳤다. 누적경상수지 흑자액의 겨우 18%만이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증가로 들어간 셈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중 누적 경상수지흑자의 31%는 해외직접투자, 그리고 41%는 해외증권투자, 그리고 38%는 해외대출로 빠져나갔다. 민간부문의 해외직접투자와 해외증권투자와 해외대출 등을 합하면 3243억 달러다.누적 경상수지 흑자의 110%가 넘는다.이중 82%는 경상수지 누적흑자에서 나왔고 28%는 해외자본의 국내유입에서 나온 셈이다. 결국 지난 3년 동안의 누적 경상수지 흑자로도 모자라 28%를 끌어다가 해외투자 했다는 말이다.

지난 3년간의 경상수지 및 자본수지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첫째로 지나치게 과도한 해외투자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년 간 해외직접투자 791억 달러(누적경상수지흑자의 31%),대외증권투자 1028억 달러(누적경상수지흑자의 41%), 그리고 대외대출 958억 달러(누적경상수지흑자의 38%), 합하여 총 3243억 달러의 해외투자는 3년간 누적경상수지흑자(2534억 달러)를 28%나 초과하는 금액으로써 어떤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국내 일자리를 빼앗는 해외 직접투자도 문제지만 높은 수익률을 좇아 위험이 큰 나라의 증권에 투자하거나 대출해주는 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로,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에 비해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증가액이 매우 미미하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외환보유액 확대가 원화환율의 저평가를 유도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러 번 외환위기를 겪은 뼈아픈 경험도 있었고 또 오래 전부터 미국 금리인상과 외자유출 가능성의 불안을 예상했다면 지난 3년 동안 늘어난 경상수지 흑자의 오직 18%(466억 달러)만이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증가로 유입되었다는 점은 아쉽기 짝이 없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증가는 미미한 반면 민간부문인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해외투자가 크게 느는걸 특별히 우려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예컨대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그와 관련된 외부충격으로 급격히 외화가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했다고 치자.이 경우 일차적인 방어막은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이다. 만약 이것이 부족하거나 혹은 신속하게 가용되지 못한다면 2008년 통화스왑이나 1997년 IMF위기와 같이 외부에 의존해야만 하는데 이런 사태 자체가 위기국면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외국계 주식 및 채권투자 잔액이 대략 4600억 달러가 넘고 또 수천억 달러가 넘는 국내 기업들의 대외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현재 한국은행 외환보유액(11월말 현재 3685억 달러)이 ‘절대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외환위기의 두 번째 방어막은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보유하는 해외자산인데 민간부문의 해외투자가 불안정한 나라의 증권이나 불안한 기업에 대출되었다면 국내에 외환위기가 발생하더라도 해외투자 자금의 국내환류가 어렵게 되어 국내 외환위기 해소에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장부상의 외환보유액 200여억 달러가 실제로는 동남아에 투자된 상태여서 가용이 불가능했다.부실자산이었던 것이다.한국은행이나 금융기관의 부실한 대외자산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행진에만 도취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안전하고 유동성 높게 투자되고 있는지도 감독해야 할 때다.

<숙명여자대학교 신세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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